불의 기억 1 - 탄생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박병규 옮김 / 따님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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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우월한 인종이 미개한 인종을 정복하고 지배하는게 자연법칙 상 정당하다면 난 차라리 자연법칙을 거부하련다.

- 인간의 멸종을 가져올 잠재적 위협요인이 바로 인간 자신이다.

책을 덮고 난 뒤 머리속에 되뇌이는 상념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통하지 아니하며 문화가 상이하다는 차이 때문에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는 역사적으로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소위 제국주의 시대, 서구에 의한 아시아, 유럽, 중남미 침탈이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일찌기 <수탈된 대지>라는 저작에서 외세에 의한 남미의 근세사가 왜곡되고 변질된 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였다. 이제 그는 좀더 시야를 넓히고 깊이를 더하여 이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초기에서부터 다시금 통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라틴아메리카의 연대기다. 일단 방대한 작업에 감사하고 싶다.

콜럼버스에 의한 소위 신대륙 '발견'은 아메리카인에게는 한마디로 재앙의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미대륙 전체에서 소위 아메리칸 인디언의 숫자는 몇이나 남아있을까? 더구나 그들의 삶의 수준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자신의 땅으로 힘을 앞세운 강도들이 쳐들어와서 동족과 혈육을 살인하고 이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황금에 눈이 먼 당시 서구인-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예외없다 -들에 의하여 황금의 '金'자라도 첨부된 모든 문화유산이 약탈되고 파괴되었다. 피해자들은 백보 양보해서 불행하다 치더라도 가해자들은 행복한 삶을 누리지도 못하였다. 약탈경제에 의존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후 유럽의 변방국가로 몰락하고 말았으니 황금이 아니라 차라리 '독'이었음을 누구도 알지 못하였음이야.

콜럼버스 이전 역사에 대한 기록은 구할 수 없기에 저자는 신화와 전설, 옛이야기를 인용하여 풍부한 문화유산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있다. 소박하기에 소중하고 적기에 귀한 기억들.

인디언에 대한 유럽인의 착취는 교회에서 열렬한 공인과 지지를 받고 있음이 눈에 띈다. 인디언은 재산이며,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착취의 선두에는 당시 가톨릭교회와 신부들이 있었다. 가톨릭이 아무리 참회하고 개선한다 하더라도 과거의 범죄 흔적은 결코 지우거나 숨기지 못할 것이다.

침략자의 언어와 문화가 오늘날 지배적인 체제가 되었음은 차라리 눈물을 자아내는 한편의 코미디일 뿐이다. 남아있는 자기 것이 없기에 그리고 빼앗긴 지 너무 오래되어 되찾을 수 없기에 그들은 침략자의 마지못한 유산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도 더러운 폐악마저.

어디 인간 지배와 착취가 옛이야기일 뿐일까.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무력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수단으로 변경되었을 뿐 수탈의 형식은 여전하다. 그래서 저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기억'을 되지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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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3.3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