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의 마지막 일기 - 서른 아홉, 불꽃같은 생의 마지막 기록
체 게바라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지 지식사회 특히 대학가에서 체 게바라는 동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좌파 게릴라의 대명사인 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숭앙받게 되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적 개방화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쨌든 이러한 게바라의 열기를 지피는데 큰 몫을 한게 몇년전 출판된 <체 게바라 평전>이었다. 붉은 색의 강렬한 책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책도 표지 이미지가 언뜻 유사하다. 소위 '따라잡기'인가.

이 책은 장점은 무엇보다도 체 게바라의 육성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인에 의하여 가공되거나 걸러지지 않은, 솔직담백한 그의 체취를.

쿠바 혁명 이후 보장된 안온한 삶을 거부하고 그는 볼리비아로 잠입한다. 그리고 채 일년도 못되는 게릴라 활동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짧지만 굵직한 삶을 마감한다. 왜 그랬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이 책의 독특미는 게릴라 활동을 하면서 나날의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그리고 담백하게 기술하는 점이다. 흔히 만나는 과장이나 감정을 배제한 채 그야말로 간명함 속에 핵심을 담고 있다. 보통 사람이 이러한 필력을 지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아무래도 스스로의 자아를 반영한 덕분이 아닐런지.

게릴라전에 관한 교범까지 펴낸 게바라가 게릴라 전에서 실패하고 목숨을 잃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모두 다 사후담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집어보고 싶다. 병력 확충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잇따른 교전으로 손실된 병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하는데 외부에 별도로 기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현지 조달도 실패하였다. 좀더 대부대 편성이 가능했다면 대담한 작전 전개가 가능하고 일정 지역의 고정적 장악이 가능하여 끊임없는 행군도 줄일 수 있었을텐데.

여하튼 그는 갔지만 여전히 젊은이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쉰다. 머리와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시거를 물고 있는 그의 몽타쥬를 가슴에 새기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으니.

이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싶다. 그러면 얼추 게바라에 관한 자료는 훑어보는 셈이 되려나.

한가지 지적사항. 이 책은 스페인어 원본에서 직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판을 중역한 것이다. 번역자의 약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인명/지명 등에서 오자를 쉽게 마주치게 된다. 또 어느 책을 저본으로 번역하였는지 일체 언급이 없다는 점이 책의 가치를 스스로 저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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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4.1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