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천국 갈라파고스 -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탄생시킨 갈라파고스의 숨겨진 이야기들
마이클 도르소 지음, 이한중 옮김 / 꿈꾸는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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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의 인구가 4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이 책을 쓴 2001년도 자료 기준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갈라파고스를 유영하는가 상상이 안된다. 혹시나 하고 네이버 백과사전을 조회하니 인구가 1만명(1990년 자료)이란다.

요즘같은 세상에 경기도와 충청도를 합한 면적에 4만명이 뭐 그리 많다고 법석인가 하고 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만큼 갈라파고스가 우리에게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저 머나먼 오지의 동물 왕국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뜻한다. 유명한 다윈에서 시작하여 이따금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여주는 신비롭기조차한 영상물에서는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거칠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것이 갈라파고스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많은이들이 복잡한 사회를 탈출하여 갈라파고스로 가는 것을 꿈구는지 모른다. 잃어버린 지상낙원이 그곳에 있다.

역설적으로 저자는 갈라파고스에 호텔이 있고 사람이 산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역시 갈라파고스는 무인도라고 생각하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구경하고 오겠다고 출발했는데 결국 3년간 수차례에 걸쳐 장기체류하였다.

외관상 보이는 갈라파고스는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이 지상천국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그곳의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 화산지대의 살인적인 암석('아아' 용암이라고 한다)은 그야말로 사람잡기 딱 좋겠다. 게다가 무슨 풀인지는 가시가 날카롭기 그지없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오랜동안 인간의 정착을 방해하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존력은 막강하지 않은가? 전에는 서서히 그리고 오늘날에는 폭발적으로 갈라파고스의 인구는 늘어만 간다. 인간이 정주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면 누가 그것을 저지할 수 있으리오.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라 산양과 멧돼지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모두 인간이 뿌린 씨앗이다. 그결과 자연보존을 위하여 자연요소를 도살하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제목그대로 갈라파고스는 잃어버린 천국이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히 천국을 잃어버린 데 그치지 않고 갈라파고스 자체를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에쿠아도르는 갈라파고스가 창출하는 단기적 이익에만 관심있지 보존에는 무관심하다. 또 그렇게 하기에는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극심하고 정권 자체가 불안정하다. 국민들도 자신들의 생계 유지에 급급하니 보존정책은 더더욱 어렵다.

갈라파고스, 적도를 가로지르는 생태계의 살아있는 실험실. 이제 단순한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하도다. 인간의 손은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었던가. 그 손길이 스치는 곳에 나무는 베어지고, 땅은 파헤쳐지며 강과 호수는 시커멓게 멍들어간다. 그리고 인간은 썩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썩은 자손을 낳는다. 그리고 하늘을 원망한다. 일종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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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0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9.12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