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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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이렇게 나의 문학적 관심을 받게 될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우연히 <동물농장>을 읽게 된 후 보다 근본적인 <카탈로니아 찬가>를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1984>를 보고 있다.

조지 오웰은 문학적 평가 그 자체보다도 그가 묘사한 미래사회의 암울한 정치적 성격으로 세간에 회자되었다고 본다. 이는 작가 자신이 본인이 왜 글을 쓰는가에서 토로한 사유이기도 하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엄밀히 구분짓자면 소설이 아니라고 간주될 수 있을 만하다. 다큐멘터리 내지 르포르타쥬에 속한다. 그럼에도 생생한 사실 전달 이외에 개인적 소회가 날카로운 분석안과 결합하여 지금 읽어도 독자의 감성에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특히나 그의 후기작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선행하여 읽어야 할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선거에서 승리한 사회주의파가 공화국 정권을 잡자 프랑코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고 장기간 내정 끝에 군부가 승리하여 그후 프랑코의 극우 일당 장기 독재체제가 구축되었다는 정도다. 이때 많은 지식인이 민주체제를 수호하고자 공화국 의용군으로 자원 참전하였으며,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도 동일한 시대 배경을 지니고 있다.

그저 단순히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는 파시스트세력이 강하여 공화파가 패배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공화파 내에 다양한 파벌이 존재하고 이들 사이의 갈등이 불거져 역량이 분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권획득을 위하여 협력해야 할 투쟁의 동지를 배신하고 탄압하는 공산당의 모습은 러시아혁명 후의 소련이나 1945년 이후의 북한을 보면 반복된 사례임을 알게 된다. 무정부주의세력과 다른 좌파세력을 제거한 후 그들은 얼마나 희희낙낙하였을까? 하지만 곧 프랑코의 공세에 밀려서 아예 정권을 내놓는 처지에 몰리고 만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모든 공화파가 협력하여 내전 승리에 몰두하였다면 스페인은 어두운 과거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체포와 죽음의 위기를 헤치고 나온 조지 오웰은 목전에 다가온 어둠을 통렬히 절감한다. '이 땅에는 독재가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이제 남은 것은 악랄하기 짝이 없는 프랑코의 독재였다'(P.233).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 사상에 있는데(P.140) 공산주의의는 이를 무너뜨리고 계급을 강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잃어버린 사회주의의 실험장에 애도의 만가를 목놓아 부른다. 그리고 공산당의 위선을 폭로하고 다가올 전체주의 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이 글을 썼다고 본다.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이며, 우울하고 참담하지만 결코 낙담하지 않는. 그리하여 이것은 '만가'가 아닌 '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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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11.2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