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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평점 :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보부아르는 여성을 일컬어 제2의 성이라고 칭하기도 하였는데 그만큼 오랜 세월 여성이 억눌려 지냈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도 어떻게하면 좋은 데(경제적 여유가 있는 곳)로 시집갈까 하는 것이 사건의 중요한 동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처지에서 행위와 정신의 독립은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일까. 대개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 소재는 가족, 사랑, 결혼 등 개인사에 크게 치중되어 있다. 이는 여성의 지위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모델에서도 유래한다. 양육과 가사에 전심하는 여성의 모습이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오랜 세월 찬양받았다. 이런 편향은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남성 작가들만큼은 이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생물학적 차이와 아울러 문화적 유전인자가 깊숙이 내재한 연유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작품에서 TV드라마와의 강한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사랑과 이별, 삼각관계가 전형적인 주말드라마와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아니었던가. 오늘날 드라마작가는 제인 오스틴을 대선배로 우러러야 하리라.
한편 엘리너가 이성을, 메리앤이 감성을 대변하는 두 인물이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감이 가지 않는다. 사랑에 몰입하여 울고불고하는 메리앤에게서 건전한 감성보다는 감정과잉을 느끼며, 엘리너야말로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멋진 여성상을 찾는다. 그래도 극적인 감정전개와 사건이 독자의 호기심을 당긴다는데 이의를 달지 읺으련다. 사극에서 세종대왕을 다루기 아려운 법이다.
후기작 <오만과 편견>에 비하여 확실히 어색한 부분이 있다. 특히 엘리너가 에드워드에게 빠져드는 과정이 설득적이지 않고, 루시 스틸양과 에드워드의 동생이 갑작스레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현대적 관점에서도 왠간하면 허용되지 않을텐데 당시가 더 개방적이었나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부 비현살성에도 불구하고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히는데 제인 오스틴은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듯 하다. 그의 작품들이 이리 나름대로 밝은 엔딩을 이루고 있음이 이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따금 비치는 풍자적 어투를 잊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