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대사 - 상상에서 현실로
윤내현 지음 / 지식산업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우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였다. 공중파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방영하는 드라마들-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은 바로 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더우기 이들 프로그램은 그 스토리를 기존 학계의 정설보다는 재야사학 내지 야사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어 생경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처럼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간에는 심연이 존재하고 있다. 그 심연의 한복판에 바로 고조선의 문제가 얽혀있다. 저자는 정통 강단사학계 출신이지만 통설과 다른 가설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오랜동안 학계에서 소위 '왕따'를 당했다. 선배의 학설을 따르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정보기관에 투서까지 하는 등, 어찌보면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다.

저자는 중국 고대사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고대사에 접근하게 되었고, 기존 학설에는 한계점이 잇었다고 한다. 고조선에서 기자조선으로 이어져 위만조선이 한나라에 멸망되고 한사군이 설치되는 과정은 심각하게 역사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역사의 시초부터 잘못 이해되어 우리 민족은 초기부터 중국의 지배를 천여년간이나 받는 열등한 민족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걸 그렇다고 강변하는 것은 잘못이다. 단군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으므로 역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모든 인류의 고대사는 사라져야 한다. 트로이도 발굴되기 전까지는 한갓 호메로스가 전하는 신화에 지나지 않았다.

강단사학계는 학문탐구에 있어 좀 더 개방성을 보여야 한다. 재야사학계의 주장이 때로는 터무니 없다고 하더라도 '철학'이니 '문화'니 '경제'니 하는 어휘에 집착하여 사료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대로 사료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정말로 합리적 증거와 추론에 갑능 두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고조선은 대동강 유역의 조그만 영역에서 만주와 중국을 아우르는 초대국까지 시각에 따라 고무풍선과 다름없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을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WTO가 생기고 UR이 열리때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지역적 블록의 벽은 견고하고 민족적 자존심은 무너뜨리기 어렵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프리드만은 세계화의 궁극적 승리는 올리브 나무를 어떻게 잘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설파한다. 올리브 나무가 렉서스를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인간적 가치, 전통의 가치는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 민족주의가 곧 수구주의는 아니다. 민족주의가 나치와 파쇼로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건강한 민족주의는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타인을 상대하고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가 통탄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리고 그것이 순기능을 하도록 바로잡자는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종전의 분열적 시각이 아닌 통합된 역사적 시각은 올바른 역사 교육에서 나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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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12.21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