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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의 강역을 밝힌다
윤내현 외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1월
평점 :
또다시 윤내현의 저서이다. <우리 고대사, 상상에서 현실로>가 비교적 가벼운 성격-내용은 그러하지 않지만-의 저작이라면 이 책은 본격적으로 고조선의 강역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그것도 혼자만이 아니라 고대 복식사와 고인돌 연구자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서.
먼저 나는 고조선에 대한 윤내현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음을 밝혀둔다. 단군조선이 만주와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대제국이며, 초기 연대를 올려잡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자조선과 이를 뒤집은 위만조선의 강역은 단군조선 전체가 아니라 서부 변경 지역이라는 등등. 민족적 자존심을 달래는 그의 가설을 따라가자면 무한한 즐거움과 자긍심이 샘솟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저자가 순수한 학문적 자세로 고조선 연구에 매진하였듯이 나 또한 보다 비평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다.
우선 윤내현의 고조선 강역 연구는 다른 연구자와는 달리 매우 철저한 문헌 고증을 통하여 사실에 꽤 근접하고 있다. 타연구자가 무시하거나 빠뜨리거나 곡해하는 부분을 그는 철저히 파고들어 바로 중국사료로써 고증하고 있다. 이로써 고대의 요수와 요동이 지금의 랴오허와 랴오둥과는 다름을 명쾌히 집어내고 있다. 그외에도 그의 고조선 연구는 남들과 구분되는 독창적이면서도 탄탄한 논리적 배경을 지니고있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저자가 다른 곳에소 토로하였듯이 학문적 문제를 비학문적으로 해결하려는 이들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고조선이 수도를 4번 옮겼다는 주장은 아직 근거가 취약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기반한 고조선의 영역 팽창도 한반도-만주-한반도라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또 위만조선의 멸망에 대한 상세한 고찰과 단군조선의 멸망과정은 어찌되었는지에 대하여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고조선의 '강역'에 집중하는 관계로 논의에서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여하튼 이 책에서의 윤내현의 연구만 가지고는 고조선 논의를 매듭짓지는 못하리라 여겨진다.
한편 박선희의 복식을통한 고조선 연구는 꽤나 흥미롭다. 기존 문헌에 치우친 연구와는 달리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 그의 글을 토애 나는 비로소 고조선이 만주는 물론 중국 본토보다도 선진적인 문화를 전개했을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조선의 문화가 중국과는 초기부터 뚜렷이 구분되는 독자적인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고대사는 지나치게 문헌에만 치우친 점이 없지 안았다. 부족한 사료를 파헤치다보니 글자 한 자의 해석에 목매달고 절대시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고고학과 가타 학문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사학도는 보디 폭넓은 시각을 배양하는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논란은 많지만 천문기상학적 관점에서 고대사를 재조명한 것은 참으로 갈채를 보낼만한 시도이다.
하문식도 고인돌을 통해 고조선의 강역에 접근하고 있는데 앞의 두 저자에 비해서는 상관성이 다소 처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만주와 북한의 고인돌에 집중하여 남한의 고인돌은 생략하고 있어 한반도 남쪽이 진짜로 고조선의 강역에 속하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렵다.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싶다.
이 책 하나로써 고조선의 강역에 관한 모든 논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오히려 이 책의 주장은 또다른 논쟁의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새롭고 보다 합리적인 가설 제시와 반론은 학문발전의 기본 동력이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