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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창녀 세트 - 전2권
사라 더넌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속어로 나도 낚이고 말았다. 하긴 누구라도 "르네상스는 한 창녀에게서 시작되었다"라는 선전문구를 보고 지적 호기심이 끓지 않았을까. 아내조차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그나마 다해인 것은 시간은 빼앗겼지만 도서관에서 대출하였기에 금전적 손실은 없었다는 정도.
내용은 광고문구와는 상당히 다르다. 르네상스 시기인 16세기 중반을 살다간 한 창녀(여기서는 고급매춘부를 의미하는데)에 관한 이야기다. 굳이 관계있다면 '우르비노의 비너스'라고 알려진 티치아노의 그림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과 그래서 소설 중에 티치아노와 작가 아레티노가 등장한다는 사실.
그럼 순수하게 작품을 들여다 보자. 여기서도 주인공은 창녀 피암메타이지만 작중 화자인 난쟁이 부치노의 역할은 이보다 더 커서 부치노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로마 최고의 매춘부였던 피암메타는 독일과 스페인의 로마 침공으로 로마가 함락당하자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여 고생끝에 안전한 베네치아로 온다. 그리고 여기서 피암메타는 상심을 극복하고 다시금 최고의 매춘부가 되기 위하여 분투한다.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그렇다면 진부한 스토리를 탈피할 표현 기법상 탁월성이 존재하는가 하면 그도 아니다. 당시 매춘부의 생활과 업무방식이 어찌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은 유익하다. 또한 베네치아의 거리 풍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소설에서 지식을 추구하는건 아닐텐데...
사라 더넌트는 2003년작 <비너스의 탄생>으로 세계적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작품은 어떤지 모르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약간은 회의적 인식을 받게되었다. 이게 그의 다소 침체작이기를 바란다.
각설하고 르네상스의 창녀는 일본의 게이샤, 우리나라의 기생과 유사한 것 같다. 위로는 고위층에서 하층민까지 이들 계층이 상대하는 스펙트럼은 폭넓다. 그래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여럿인가. 다만 창녀는 왠지 저수준의 느낌을 자아내는게 보다 직설적인 탓일까? 그렇다면 봄을 파는 매춘부는 조금 고상하려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도 피암메타와 유사한 직종이다. 육체를 파는 행위 보다는 사교계적 요소가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 보면 과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들 해어화의 존재는 공공연한 것이다. 새삼 우리나라의 매매춘 금지 제도의 시행 성과가 생각나다. 집창촌을 압박하면서 표면상은 감소하였지만 이들이 횡으로는 주택가로 확산되고 종으로는 각종 유사 성행위 등으로 변질되고 있음은 성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이쯤되면 창년의 존재는 사회가 썩는 것을 방지하는 하수처리반과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 정부는 헤어날 길 없는 헛수고를 하는건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