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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4 - 몽골 중국 티베트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덧 한비야의 세계여행도 그 매듭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여행기를 읽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다. 비록 남들보다는 10년이나 지나서 이 책을 읽었지만 그리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쓸 때의 그를 현재의 그와 자연스레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자연스레 생긴 것이다. 또한 당시였다면 단순한 여행기의 목적에만 치중했을 터이지만 이제는 그의 족적(足跡) 자체에 관심이 더 간다.
한편으로는 그가 참 운수가 좋았다고도 생각한다. 여행을 시작하여 6년간의 여정을 마친 시점이 1998년 5월. 당시 국내 사정을 돌아보면 암담 그 자체이다. 미증유의 IMF 사태로 국란의 위기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할 때 그는 그것을 끝냈다. 즉 그의 여행기간은 우리나라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을 받았을 만큼 한껏 거품이 달아오른 호황기였으니 근심걱정이 없을 시절이다.
이제 한비야는 책에서 자신이 공언한대로 국내일주와 중국어학연수를 마치고 '월드비전'이라는 구호단체를 이끄는 저명인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여행은 단순한 유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역시 일종의 구도라고 할 것이다.
나의 구도의 길은 어찌할 것인가.
내용 중 역시 제일 흥미를 끄는 지역은 티베트와 그 주변이다. 특히 리틀 티베트라고 하는 샤허는 이채롭다. 수개월 전 방송에서 차마고도(車馬古道)에 관한 다큐를 상영한 적이 있다. 그때 '캄'이라는 중국과 티베트 사이의 부족연합국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곳이 한비야가 가 본 샤허 지역인 듯싶다. 여기도 티베트처럼 인민해방군의 진주로 자주권을 상실한 곳이다.
그리고 다리와 리지앙, 원래 목표대로라면 작년에 여행했을 곳이다. 그러면 오늘 한비야의 글을 보면서 더욱 실감나는 동행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을 연변으로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선족과 북한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통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과제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는 낡았으되 결코 진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