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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2 -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한비야의 글은 시기순대로 작성되지는 않는다. 가장 나중에 한 아프리카가 제1권에 나오고 티베트가 가장 마지막으로 출판된 걸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회상하듯이 말이다.
어릴 적에 삼중당문고로 나온 김찬삼 세계여행기를 인상깊게 읽곤 하였다. 특히 중남미를 다룬 부분이 여전히 뇌리에 남는다. 칠레였나, 그 지역 아가씨들이 너무 미인이라는. 그래서 로맨스가 생길 뻔하였다는. 그때부터 나는 세계여행을 꿈꾸었고 남미는 나의 로망이 되었다. 대학 들어가서 제2외국어를 생뚱맞게 스페인어로 한 게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비록 그 꿈은 여전히 꿈으로만 머물고 있지만.
칠레의 아타카마사막과 엘 타티오 간헐천, 페루의 잉카유적과 티티카카호수, 멕시코의 아즈텍유적, 과테말라의 마야유적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쫙 펼쳐진다.
한비야의 특기는 그 자연스러운 활달함 내지 넉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외국어 실력이 큰 보탬이 되기는 했겠지만 성격의 뒷받침 없이는 지역 주민의 마을에서 며칠간이나 민박을 하는 등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렇게 보면 기본적인 현지언어 구사능력, 성격, 체력, 없어서 못 먹는 입맛 등의 요건에 운(運)을 보태야 성공적인 해외 배낭여행이 가능한 셈인가.
또 하나 지배층보다는 민초에 대한 증대하는 관심과 우려와 동정심은 그의 앞날을 예상하는 기초가 된다는 의미에서 흥미롭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구김살없이 살아가는 가리푸나 마을의 훌리안 가족의 이야기와 그 바로 전의 설사병으로 죽은 꼬마 수엘라는 우리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며 따라서 조그마한 관심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한다. 한비야도 이 여행을 통하여 난 사람(아니면 든 사람?)에서 된 사람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관광을 넘어선 여행은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다음 권에서 한비야는 인도·동남아시아를 순회한다고 한다. 빨리 동참하고 싶다.
그런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표지그림이 바뀌었다. 내가 본 책은 한비야가 초록색 인디오 치마를 펼치는 모습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