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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플 함락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삼부작을 펼쳐든다. 이 삼부작은 치밀한 저작 의도를 가지고 집필되었다. 즉 단지 기분내키는대로 대상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나미의 주된 관심사는 로마제국과 그 후의 베네치아와 같은 이탈리아 사회에 있음은 그의 저작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삼부작은 무엇보다도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진하는 이슬람세력에 대항하여 기독교세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패배 혹은 승리를 쟁취하는가가 관심있었던 듯하다. 따라서 '콘스탄티노플 함락'이 맨 먼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서구에서는 그다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어쨌든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제국의 적통으로서 유럽에서 유일하게 황제라는 칭호를 당당하게 사용할 자격을 가진 국가였다. 비록 종교의 차이로 가톨릭과 대립하였지만 커다란 틀에서는 같은 기독교 신앙을 공유하였다.
비잔티움이 조그만 더 버티었다면 뜸들이던 서구의 구원을 받아 함락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콘스탄티노플의 난공불락이라는 삼중 성벽이 불과 두 달도 못되어 떨어진 일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오스만족의 파상공세를 그만큼이나 막아낸 것만도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비잔티움은 이미 존속의 임계치에 다다른 상태라고 하겠다.
자연스레 얼마전에 읽은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충실한 역사서와 역사이야기의 차이라고 하겠다. 당시 현장에 있었고 후에 수기를 남긴 사람들을 내세워 각각의 시점에서 이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게 한 것은 전쟁에 입체감을 더해준다. 술탄은 무엇때문에 한조각 땅 외에는 남은게 없는 비잔티움을 그리 맹렬하게 얻으려고 한 것일까? 젊은이의 호승심 내지 치기의 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경제적 이익이라면 그냥 두고 중간이익을 챙기는게 더 실속일텐데. 그런데 술탄의 시동이 바라보았을 때 이는 당연하다. 술탄은 콘스탄티노플이 있는한 진정한 의미의 제국의 황제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있다. 로마제국의 계승자를 무너뜨리고 바로 그 자리에 알라의 제국을 세운다면 그것은 명예와 명분 모두를 얻는 길이다.
성의 함락에 대하여 수비대장 주스티니아니에 대하여 차가운 시선을 어쩔수 없이 보내게 된다. 비록 옮긴이는 변호를 하고 있지만 전쟁에서 지휘관의 부상과 퇴각은 사기에 있어 치명적임은 익히 알려진 바다. 부상을 입더라도 우리의 이순신 장군처럼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마라'의 태도로 인내했다면 어려울망정 총공세를 막아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그러하다.
진지한 전쟁사 저작에 못지않은 흥미로운 책이다. 독자에 대한 호소력은 이 편이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객관적 시선으로 위에서 조망하기 보다는 눈높이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피와 땀이 흐르는 생생함을 느끼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