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노 대산세계문학총서 58
알 자히드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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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기 아랍지역의 수전노에 관한 일화를 모아놓은 일종의 야담집이다. 이 작품은 '아랍 고전문학의 진수'라며 대단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당시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실성 있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 듯하다. 문학성과 재미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러한 저작이 국내에 번역 출판된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사건이다. 해설에 따르면 영어 번역본도 1997년에야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수전노라고 칭하는게 타당한가 계속 의문이 든다. 수전노라고 하면 극단적 인색함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다. 구두쇠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이 중에는 수전노에 부합되는 인물들도 나온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합리적 절약 내지 검약, 즉 구두쇠 정도라고 할 만한 사례가 보다 많다.

여기에서 당시 아랍사회의 특수성이 등장한다. 사막과 초원지역에서 대부분이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손님 환대의 풍습이 강하다. 나도 언젠가는 그들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불리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저절로 나타나게 된 일종의 자연법이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실정법의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해설에 나온 아랍인과 비아랍인, 특히 페르시아인의 정치적 관계 변화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수전노의 등장과 세력 강화는 아랍인들의 삶의 방식이 변화된 데 연유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스람 제국의 성립 이전 각지로 산재된 작은 정치집단으로 생활하게 된 아랍인이 지배방식은 바뀌었지만 어쨌든 이슬람 종교의 통일성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문명집단 혹은 시장을 형성하게 되면서 유목 대신 상업이 경제생화의 중심이 되었다. 상업세계에서는 거래가 존재할 뿐 일방적 자선은 없다. 따라서 무조건적 손님 환대라는 관습도 서서히 흔들리게 되었다. 전통주의자에게는 이것이 못마땅한 변화이며 구두쇠가 아닌 수전노로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소위 수전노라고 비난받는 사람들의 항변을 들어보자.

"너희들은 실수를 범할까 두려워 재산을 못 쓰도록 금지하는 사람이나, 속임수를 당할까 두려워 재물을 요새 안에 가두어두는 자, 혹은 재산을 잃을까 우려하며 지키고 있는 자를 '수전노'라 부른다...너희는 부의 장점을 무시하는 자, 가난이 가져다주는 굴욕을 경험해보지 않은 자, 낭비를 일삼는 자, 쉽사리 실수를 하는 자, 행복을 남용하는 자, 쉽사리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자를 '관대한 사람'이라 부른다."(P.143)

"너희들은 주장하길, 내가 탐욕을 검약이라 부르고 욕심을 절약이라 불렀다고 했다...너희들은 낭비를 관대함이라 하고..."(P.144~145)

"사람들은 사치를 관용으로 또 관대함으로 여긴다. 그것은 나약함과 허풍의 산물인데도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P.282)

그것은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고전 '흥부전'을 보자. 권선징악의 대표적 본보기로 인구에 회자되곤 하였다. 오늘말 흥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법 크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처지에 대책없이 아이만 잔뜩 낳은 한심한 케이스라는 것이다. 제비의 부러진 다리라는 로또에 의존한 그의 재산형성도 본받을 사례는 아니다. 반면 놀부는 투철한 경제 관념으로 생활속에서 절약을 통해 부의 축적으로 도모하였다. 빈민에 대한 일방적 시혜는 오히려 가난을 고착시키는 악효과를 낳는다. 이만큼 현대인의 삶의 방식 변화에 따른 가치관의 변동동이 발생한다.

개안적으로 이런 유형의 저작물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전체적인 집중도의 응집을 가져오기 어렵다.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쉽게 지루함을 동반한다. 그러한 연유로 <서유기>와 <연탄길> 등을 읽다가 중간에 접은 경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압권은 제13장이라고 평가한다. 세들어 사는 사람에게 사촌이 아들과 함께 와서 한 달 정도 머문다고 하자 집세를 올리겠다며 장문(P.132~143)의 사유서를 통보하는 수전노 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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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7.10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