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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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종교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맹렬한 찬반의 논의가 봇물 터지듯 하던 한때가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논의의 중점은 먼저 한 종교가 다른 종교에 비하면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비록 내전으로 피폐해져 있다고는 하나 절대적인 이슬람 신앙국가에 기독교를 포교(대외적으로는 봉사)하는 것이 신앙의 올바른 방향인가? 그들의 종교는 무시하고 정복할 대상인가 아니면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고 존중하는 종교상대론의 입장을 취할 것인가 등등.

또한 포교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택하였을 경우라도 안전상의 중대한 위협이 예기되어 정부에서 여행금지를 권유하는(당시에는 강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었음을 상기하라) 상황에서 그렇게 지침을 무시하면서 강행하는 게 올바른 태도인가도 쟁점의 하나였다.

결국 인질이 된 그들을 풀려나게 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는 테러단체와 협상을 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공식적으로는 몸값은 없었다고 하지만 그걸 누가 믿으랴)하는 금전적 손해와 아울러 국제적 수모를 감수하기도 하였다. 이들을 위해 소모된 국민의 혈세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것인가? 비록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종교계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인터넷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그리도 광신적 신앙에 대해서는 종교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그 시점에 절묘한 타이밍을 갖고 등장하였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한 달이 넘도록 간단한 인상조차 남기지 못하였던 것은 종교 자체에 대한 공격인 도킨스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스스로도 쉽사리 방향을 정하지 못한데도 연유가 있다.

저자가 관심을 갖는 종교는 유대교와 이에 연원을 둔 기독교(개신교/가톨릭)와 이슬람이다. 물론 출생배경을 고려하면 기독교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신랄함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도킨스는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근본주의 종파가 득세하면서 소위 창조론이 과학의 옷을 입고 세력을 늘리기 시작하는 현상을 우려한다. 양의 껍질을 쓴 늑대처럼 교묘하게 과학으로 위장한 채 사람들의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진화론을 옹호하고 창조론의 허구성을 설파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진화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대되는 증거가 나오면 언제라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현재로는 이를 지지하는 증거만이 발견되고 있으니 여전히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

그는 광신적인 종교가 문제라는 세간의 주장을 타파한다. 정상종교이건 광신이건 구분 없이 종교 자체가 수많은 인간문제의 원인이다. 아프간인도 종교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십자군과 수많은 종교전쟁 등이 이를 다 입증한다. 911사건도 종교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팔레스타인 사태도 종교가 깊이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종교 없는 세상’이 되면 최소한 이로 인한 상당한 갈등과 분열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종교의 순기능이 있으니 유구한 세월에 스러지지 않고 인류에게 남아있는 게 아닐까라는 소박한 반문이 있다. 진실한 신앙인이라면 뭔가 경건하고 모범적이며 존경할 만한 인품의 소유일거라는 환상이 내게도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비종교인이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그건 인간 자신의 도덕률에 따르면 된다고 한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 거짓말은 나쁘다, 불쌍한 이를 도와야한다 등은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우러나온 본연의 가치다. 어찌 보면 공맹(孔孟)의 가르침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약중독자는 마약의 해로움을 의식 못한다. 애연가에게는 담배의 해독을 아무리 귀 아프게 설교해도 소용없다. 그들은 이미 너무 깊이 빠져 있다. 이성적인 이들은 마약과 흡연, 지나친 음주 등을 멀리하고 있으므로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람이란 존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일단 믿고 몰입하면 맹목적이 되는. 그것이 비록 벼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멈추지 못한다.

그래서 도킨스는 은인자중하고 있는 세계의 무신론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요청하고 있다. 잘못된 믿음을 배격하고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만국의 무신론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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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7.10.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