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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동성혼 이야기 - 방한림전 ㅣ 즐거운 지식 81
장시광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제에서부터 확 눈이 끌린다. 언뜻 과도한 상업주의 의도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완독 후에는 이렇게 해서라도 눈길을 끌어보려는 안쓰러운 시도가 오히려 눈물겹다. 결코 대중 영합적인 유형의 서적은 아닌 게 270면에 가까운 분량 중 번역문은 80면 정도, 원문이 150면, 그리고 나머지가 작품해설이다.
먼저 분명히 하자. 일단 동성혼이다. 결코 동성애가 아니다. 그리고 사정이 부득이하여 그렇게 되었음을 초반부에 구구절절이 기술하고 있다. 또 말미에는 이 모든 게 하늘의 장난이었음을 밝혀 혹시 모를 보수파의 반격을 차단하는 장치를 설정해 두었다.
작품 제목은 방한림전으로 남장 여자인 방관주가 주인공으로 내세워져 있고 그의 출생부터 혼인, 벼슬살이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이 속사포처럼 전개된다. 워낙 분량이 적다 보니 구체적 배경이나 사건 묘사보다는 서사의 전개에 치중하고 있다. 솔직히 작품성으로는 그렇게 두드러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제재의 의외성이 흥미를 유발하는 점을 제외하고.
방관주의 남장은 여성해방이나 다른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동성애 관계에서 남자 역할을 하는 여성처럼 방관주도 외양은 여성이지만 사고와 의식 구조는 남성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지배계급인 남성처럼 동지이자 아내인 영혜빙을 강압하고자 하는 시도가 곳곳에 보인다. "남자에 대한 콤플렉스를 끝내 버리지 못하고"(P.254)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역자의 주장대로 오히려 영혜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관주가 여성임을 알면서도 남성에게 억압받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주체적 판단으로 결혼을 하는 선택을 한다. 여차하면 독신도 각오하고 있는 영혜빙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그리고 부부 관계에서 대등한 동지적 입장을 견지하려고 애쓴다.
소년 출세, 문무 달통, 자손 번창은 전형적인 고전소설의 특성이다. 방한림전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다. 다만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다르다. 속박당하는 여성의 실현하지 못하는 기상과 소망을 소설로나마 성취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보다 통속성을 추구하는 의도일 뿐 특정한 의식적 표출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방한림의 행동과 발언은 후자에 가깝게 이해된다.
호기심으로 일독할 정도는 되지만, 추천할 정도는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