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얀마 산책 - 아름다운 풍경에도 슬픔이 묻어나는 땅
크리스틴 조디스 지음, 사샤 조디스 그림, 고영자 옮김 / 대숲바람 / 2008년 10월
평점 :
표제에 혹해서 집어든 책이다. 신비와 은둔의 나라 미얀마에 대한 호기심을 달래기 위하여. 다시 한 번 제목에 현혹되어서는 안 됨을 절감한다. 단순한 여행기 내지 가이드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원제가 불어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부디스트 미얀마'라고 하였으므로 불교적 시각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실제로 저자의 해박한 불교 지식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확인을 원한다면 50면 전후를 들쳐보라. 저자는 빗나간 불교 신앙에 대해 예리한 비판도 때로는 서슴지 않는 비판적 불교학도이면서도 예수와 부처의 차이를 언급한 유년시절(P.225~226)에서처럼 불교에 매혹당한 영혼이기도 하다.
미얀마, 흔히 버마는 양곤(랑군) 사건을 통해 비로소 우리에게 존재가 각인된 나라이다. 그 나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남의 얘기를 할 것도 없다. 많은 세계인에게 한국은 한국전쟁의 참상으로 기억되다가 근래에 들어 올림픽이나 월드컵으로 조금 이미지가 변화되었을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경영에서 노이즈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는 연유가.
근자들어 미얀마는 해외여행 소개에 이따금씩 소개되고 있다. 내가 꾸준히 보는 매일경제신문의 월요일판에는 별지로 Travel Guide가 나오는데 대개는 상투적인 여행지가 소개되지만 가끔은 낯선 장소가 소개된다. 미얀마의 인상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고요와 평온의 불교사원(파고다)의 나라로, 또한 산악 소수민족의 특이한 문화로 다가온다.
파고다. 번잡한 세속에 지친 속인들에게 그것은 신선한 샘물 한 줄기가 목을 축이는 기쁨과 경탄을 일깨운다. 상상해보라. 여명을 뚫고 아스라이 비치는 파고다의 숲. 석양의 찬란한 광채에 황홀감을 자아내는 황금빛 파고다.
하지만 물들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에 파묻혀 미얀마인들의 빈곤과 억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관광객의 존재는 그들에게 끊이지 않는 재앙을 연장시킬 따름이다.
이 책은 미얀마의 현실 고발이나 가이드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미얀마인들의 일상과 내면에서 어우러지지 않은 인상기에 불과하다. 개인적 소회나 일상의 소소한 체험이 빠져있어 독자에게 실체감 없이 뜬구름 잡는 허우적거림을 안겨준다. 여행기로만 따지면 흥미진진한 몰입감이 부족하다는 의미. 그럼에도 망각된 존재를 세인에게 각성시키는 구실은 미약하나마 그런대로 수행하였다.
후반부는 그나마 루비계곡인 몽곡 방문기로 앞과는 확연히 다른 현실감을 제공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연상됨은 어인일일까? 다이아몬드와 루비의 차이는 있을망정 보석의 존재로 그들의 삶은 오히려 행복을 상실 당하였다. 쇼윈도에 걸린 루비와 몽곡의 루비가 주는 이중성의 극명함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말미에 미얀마의 민주화 약사를 수록하고 있다. 미얀마의 잘못된 단추는 독립의 주역인 아웅산이 암살당한 때로부터 꿰여졌다. 그렇다고 아웅산 수치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는 저으기 의문스럽다. 그는 단지 하나의 아이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미얀마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