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길벗어린이 문학
미하엘 엔데 지음, 프란츠 요제프 트립 그림, 선우미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모>로 유명한 미하엘 엔데의 출세작이다.

그리고 소설이 아니라 '동화'이기도 하다. 이 점은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노랑 표지 배경에 컬러로 채색된 두 주인공의 이미지가 먼저 심상치 않다. 또한 출판사 이름을 봐도 아동용 도서출판사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중간에 나오는 삽화가  또한 묘미다. 있으나마나한 존재감이 희박한 그저 그런 유형이 아니라 본문의 이해와 재미를 배가시키는 동화에 빠져서는 안 되는 진정한 삽화 말이다.
 
동화는 어린애들을 위한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였다. 그러다가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자세가 바뀌었다. 어쩌면 동화는 이야기의 가장 소중한 원초적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화답게 배경과 등장인물의 면면이 흥미롭다. 철칙 제1이 일단 아동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야말로 동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조그만 섬나라 룸머란트. 여기에는 달랑 4명만이 거주한다. 알폰스 12시 15분전 임금님, 뭐요 아주머니, 소매씨, 그리고 기관사 루카스. 룸머란트는 이들이 살기에도 빠듯한 작은 섬이다. 그리고 어느 날 소포로 우리의 꼬마 주인공 짐 크노프가 배달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화는 환상을 자주 다룬다. 지나치게 사실적인 제재는 호기심 증폭이 어렵다. 적당히 미지의 것이 이야기 전개 및 관심 유도에 효과적이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우리 옛이야기도 시작은 항상 동일하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또한 EBS의 인기 프로그램인 '모여라 딩동댕'의 꾸러기 마을도 어딘지 모르는 곳에 존재한다. 대체로 그러하다.
 
그래서 등장인물과 사건의 전개도 때로는 터무니없게 느껴진다. 기관차로 항해를 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동화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만달라 국가의 투명한 나무와 빨갛고 하얀 줄무늬 산, 메아리 골짜기, 그리고 꼬마친구 핑 퐁의 존재는 어떻고. 더구나 겉보기 거인 투르 투르 씨와 용의 도시 쿰머란트, 그리고 떠다니는 섬 '새 룸머란트' 등등.
 
성인이 동화를 읽는 데는 한 가지 난점이 따른다. 이미 성인은 현실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판타지를 경시한다. 한마디로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고 환상을 갖는 이들을 비판한다. 이해타산과 처세에 능해야 진정한 성인으로 사회인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다. 그런 그들이 동화 속 설정과 가치관이 순진하게 받아들이기는 무척 어렵다. 이야기답게 술술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도중에 뚝뚝 끊긴다. 독자와 피독자의 대립과 긴장 관계다. 이런 점에서는 아이들이 부럽기조차 하다. 그들은 아직 유연하다.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그의 후기작인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와는 상이하다. 지향점이 다르다. 동화로서의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 조금 더 성인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스토리 전개의 재미 전달에 주력한다. 그 점이 성공 요인이자 이 책이 더 자주 인구에 회자되지 못하는 한계이다. '동화'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근대나무 2011-09-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5.1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