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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볼리바르 -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ㅣ 서해역사책방 17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조재선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불의 기억>에서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과 존재를 처음 인식하고 약간 당황하였다. 이런 역사적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 어째서 기억에서 망각되었는지 의아스러웠다.
이 책은 문고판보다 조금 큰 사이즈에 분량도 해설을 합쳐야 간신히 200면을 넘기는 수준이다. 이렇게 적은 분량은 그만큼 이 책이 쓰여진 1940년 당시만해도 볼리바르에 대한 연구와 자료가 빈약했음을 반증한다.
그런데 본문 분량의 1/3을 그나마도 역사적 및 시대적 배경에 저자는 할애하고 있다. 이는 볼리바르의 업적이 가지는 중요성을 되새기려면 남미 독립운동의 필연성을 언급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이거나 학술적 연구서가 아니다. 저자의 머리말과 역자 후기 대로 이 책은 저자의 '시몬 볼리바르 공부'의 산물이다. 게다가 20세기 전반의 저작이므로 최근 연구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도 존재하여 시몬 볼리바르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일종의 입문서로 이해함이 마음 편하리라.
저자는 마치 옛날이야기를 하듯 술술 풀어나가는 솜씨를 발휘하여 독자들의 흡인력을 한껏 높여주고 있음은 큰 미덕이다.
시몬 볼리바르, 그는 오늘날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의 해방을 위하여 그의 모든 것, 생명, 재산, 행복과 건강을 제단에 바쳤다(P.196). 그리고 씁쓸하게 생을 마쳤다. 이것이 해방의 은인이 받은 대가였다.
그는 이상주의자였다. 콜롬비아 대공화국을 구성하겠다는 순진한 바램을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고 그냥 베네수엘라(아니면 다른 나라)의 통치만 잡았더라면 그는 권력과 아마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그는 현실의 영달보다는 남미의 머나먼 발전적 미래를 지향했다. 이 시점에서 불현듯 38선을 넘는 백범의 떠오른다.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암울한 시대의 숙명.
나는 참 무지하다. 시몬 볼리바르, 여기에 산 마르틴(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해방자), 그리고 베르나르도 오이긴스와 수크레 등. 한 대륙을 압제로부터 해방을 이루고자 노력한 영웅들을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인물, 산 마르틴. 그는 볼리바르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그리고 왜 영광의 선두에서 무명의 구석으로 스스로 물러나 초라하게 생을 마쳤는지.
오늘날 볼리바르의 이름은 볼리비아라는 국명에 잔존한다. 또 개명한 베네수엘라의 국명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시몬 볼리바르가 살아서 현재의 남미를 돌아본다면 그는 기쁨보다도 슬픔과 걱정의 눈길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가 생애를 걸고 애쓴 대공화국의 후예들이 자유와 평등의 이념 아래 국제사회의 당당한 주역이 되기를 바랬을 텐데. 그리고 빈부와 계급의 차별을 건너뛰어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꿈꾸었는데.
이 책은 앞서 말했듯이 본격 연구서가 아니라 시몬 볼리바르에 무지한 이들을 일깨우기 위한 소개서다. 따라서 이를 기초삼아 좀 더 그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