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인이 보라고 준 책이다.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 서둘러 책장을 펼쳤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 어차피 후회할 바에는 해보라고 어른들이 권하는 것. 이것이 결혼이다. 아내(또는 남편)와의 결혼을 후회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지 회의적이다.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뿐.
 
저자는 문화심리학자라고 한다. 낯선 영역이다. 이력을 보니 '노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가생활이니 레저 등. 이 책도 이러한 맥락의 연속으로 생각된다.
 
다소 도발적인 표제로 세인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여 일약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갔다. 이제 저자는 바램대로 캠핑카 구입을 할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 책은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남자들의 내외를 관찰하고 있다. 그들의 허장성세와 내면의 연약함을 까발리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 남자들. 밖에서 치이고 안에서 대접 못 받는 과거의 유산들 말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시대적 추이는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데 아직 많은 중년 남성들은 산업사회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머물고 있다. 소위 가장으로서 밥벌이의 지겨움을 천형처럼 등에 지고 살아간다. 월급만 갖다 바치면 의무는 완수했다는 단순한 사고방식, 그러나 가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불쑥 머리가 굵어진 자녀와 가사에 숙달한 아내에게 남편을 고맙지만, 불편하기만 한 존재다. 그러니 퇴직하고 집에 들어앉은 남편을 갑갑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남자들이 모두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가 될 필요가 없다. 그들이 만들고 지켜나갈 대상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다.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행복' 말이다. 사람이 사는 궁극적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이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듯이 행복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을 저자는 '재미'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저러한 각종 기법들을 재밌는 에피소드에 버물려서 감칠맛 나게 제공하고 있다. 무심히 책장을 넘기다보면 슬며시 웃음 짓는 자신의 모습에 몇 번씩이나 흠칫 놀라곤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자연스런 감정을 표출하는데도 이렇게 어색하고 주저한다. 일상은 고저없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우리네 삶은 사막같이 휑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가족의 출발은 부부다. 가족의 행복은 부부간 행복에서 비롯된다. 부모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데 화목한 가정은 언감생심이다. 부부 사이가 경제적 역할 분담과 육체적 즐거움의 충족으로 필요충분하지는 못하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 즉 대화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여기서 비극이 싹튼다. 시시콜콜히 주절거리는 아내와, 입술을 꾹 다물고 간간이 응~하며 반응을 보이는 남편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점차 횟수도 줄어든다. 부부간 대화도 활성화되지 못한 마당에 부모 자식 간은 불완전하다.
 
이러한 상황이 오로지 문화심리학적 현상이라고 한정지을 수는 없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처럼 심리학에 앞선 생리학적 측면도 외면할 수는 없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구조의 차이와 성 역할의 구분에서 비롯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저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침대 시트를 흰색으로, 형광등을 부분 조명으로 바꾸며, 마음자세를 고치면 삶이 바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내(또는 남편)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완벽한 배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하지 않더라도 아내(또는 남편)는 후회할 수도 있다. 마냥 후회만 하며 살아간다면 너무 불행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분투노력한다면 삶은 더욱 피곤하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상대방과의 결혼을 후회하는 빈도가 증가하지 않도록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하는 데 있다. 그 첫걸음이 소통 즉, 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부간의 화기애애한 대화 전개는 참으로 어렵다. 이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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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8.3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