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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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집단의 바램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화는 당대 사람들의 삶의 양태와 동시에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소망마저도 감싸 안는다.

여자에서 남자로의 변신은 대표적인 사례다. 릭도스와 텔레투사의 딸 이피스의 경우 아버지의 말을 통해 원시 모계사회에서 고대 부계사회로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하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딸은, 우리에게 짐이 될 뿐이오. 불행히도 나는 딸을 먹여살릴 만큼은 넉넉하지 못하오. 그러니 그대가 딸을 낳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오. 만일에 딸이 태어나면 그 아이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오...(P.55)"
 
불행히도 여자로 태어난 수많은 이피스들에게 남은 생은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한탄하면 제2의 성으로 예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외에 대안이 없었다. 이따금씩 자신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였으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뿐.
 
근친상간 내지 근친결혼도 마찬가지다. 올림포스의 신들이야 당연히 허용된 이 사항이 인간 사회에는 금기사항이었다. 복수의 여신이 가장 크게 화를 내는 죄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몰약이 된 뮈라'(P.83)는 아버지 키뉘라스 왕을 속이고 이 금기를 어겼다. 또 오빠를 사랑한 누이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성장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이성은 가족 내에 존재한다. 하지만 가정과 사회의 구성과 유지를 위해서 가족 간, 나아가 근친 간의 교배는 집단구성의 원리 상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근친 간의 이성적 사랑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사랑이므로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강도는 더욱 처절하기 마련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 유명해진 트로이 전쟁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 등장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대목은 아킬레오스(아킬레스)의 유품을 둘러싸고 아이아스와 오뒤세우스 간의 대결이다(P.181~207). 힘으로는 그리스 제일가는 용사와 지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수. 그들이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기야말로 적격자임을 강조하는 웅변은 무려 삼십면 가까이 전개된다. 아이아스의 발언에서 호메로스의 또 다른 영웅에 대한 당시의 인식이 일방적인 찬사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당당한 결투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육체의 미덕을 찬양하는 시대에서 꾀와 지혜, 속임수도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에서 아이아스는 구시대를, 오뒤세우스는 신시대를 대표한다. 그리고 영예는 오뒤세우스가 차지하고, 아이아스는 자살을 택한다. 사회 가치관의 변천을 두 인물의 극적인 결말의 대비로 잘 보여준다. 오뒤세우스는 그 지혜로 아킬레오스의 유품을 차지하고 꾀로써 트로이를 멸망시키지만, 그 대가로써 귀향길에 십년 간의 방황을 하게 됨은 아직도 그 지혜에 대한 세인들의 부정적 인식도 만만치 않음을 반영한다.
 
오비디우스는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낸다.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P.300~303)
 
이 대목은 이 책의 제목인 변신의 근거인 동시에 자연관의 표상이기도 하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현대의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상기시킨다. 고대 그리스인의 자연관은 우주가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네 가지 원소의 상호작용으로 수많은 변용과 변신이 발생하였으며 이것을 신들의 개입으로 설명하였다. 이것이 이 책 '변신 이야기'다. 즉 이것은 단순한 신화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에 대한 문학적 종교적 풀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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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7.12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