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두따 - 세계의 고전 인도편 1
깔리다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지식산업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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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시간적 간극과는 무관하게 사람의 정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나보다. 기원전의 호메로스나 그리스 희곡작가들과 5세기 인도의 깔리다사, 그리고 채널만 돌리면 무수히 등장하는 21세기의 가요와 연속극 등.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이며, 차이점은 신(神)과 물신(物神)에 있다.
 
<샤꾼딸라>에서 고초에 굴하지 않는 사랑의 강인함을 그렸던 깔리다사는 이제 시의 영역에서 또 다른 사랑의 노래를 읊조린다. 그것이 <메가두따>다. 메가는 구름을, 두따는 사자 즉, 메신저라는 의미라고 하니 ‘구름의 사신’은 무엇을 전달하는 것일까? 이 역시 사랑이지만, 헤어진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이다.
 
자고로 사랑하는 사람 간에 생이별만큼 가슴 찡하게 하는 상황도 흔치않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있고 싶은데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을 때, 나는 옴짝달싹 못하는데 먼 하늘의 두둥실 구름은 바람 따라 무심히 흘러가니 더욱 서글픈 법. 그래서 선인들은 바람이나 구름 등에 의탁하여 자신의 감상을 회고하기를 즐겼다.
 
깔리다사의 이 작품은 121편의 연작 서정시다. 그렇다. 서사시가 아니라 서정시다. 이제 신들의 시대는 새벽을 맞이하여 스러져가는 달빛이요, 인간의 시대는 아직 어슴푸레하지만 먼동을 곧 환하게 물들일 것이다.

모시던 꾸베라 신의 저주로 신혼의 아내와 헤어져 아내는 히말라야 이쪽 까일라사에 있는데, 약샤는 머나먼 남쪽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장마를 알리는 검은 구름을 보며 약샤는 아내의 안위가 걱정된다. 그래서 구름에게 아내를 찾아가서 자신의 위로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작가의 눈앞에는 구름이 지나가게 될 인도 각지의 정경이 스쳐 지나간다. 바삐 지나쳐가도 부족하련만 작가는 구름의 시선을 한층 낮고 다사롭게 하여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사를 온화하며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부분이 전반부 뿌르와메가이다.
 
전반부에서 아내가 있는 도시 알라까에 도착한 구름은 후반부 우따라메가에서 도시와 자택에 대한 묘사를 거쳐 이제 아내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에 지극하다. 실상 아내를 그리워하는 심경이 미모에 덧씌워져 있으니 그 지극함은 형언할 수 없으리라.
 
시대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향한 약샤의 절절한 마음에 심히 공감하는 것은 인간 본원의 공통된 심금을 울리고 있음에 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 슬픈 서정시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서정시인 독자가 서정시인 약샤의 마음을 서정시인 깔리다사의 시구를 통해 공명한다.
 
소박하고 간명한 이 작품이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 괴테와 실러의 찬사를 얻었음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개인적 평으로 감상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고전의 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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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10.11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