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꾼딸라 - 세계의 고전 인도편 2
깔리다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지식산업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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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 산스크리트 문학의 걸작으로 일컫는다. 작가 깔리다사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서기 5세기 전반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로서는 드물게 서사성은 물론 서정성을 강하게 드리운 작품을 많이 썼으며 그 중 여러 편이 남아 전한다. 어찌 보면 인도의 호메로스 내지 인도인들의 표현을 빌면 인도의 셰익스피어라고 하는데, 확실히 서정시와 희곡을 남긴 점에서 터무니없는 비교는 아니다.
 
샤꾼딸라는 작품의 여주인공 이름으로 전 7막으로 구성되는데, 소재는 요즘 관점에서 보면 상투적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숲 속 성자의 아쉬람에서 양녀로 자라는 순진한 소녀 샤꾼딸라가 사냥 온 두샨따 왕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이어 얼마 후 아이를 갖게 된 샤꾼딸라가 두샨따 왕을 찾아가나 왕은 다른 성자의 저주로 샤꾼딸라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고 유일한 희망인 정표로 준 반지도 샤꾼딸라가 잃어버려 기억을 살릴 수 없다. 이에 실망한 샤꾼딸라는 왕궁을 떠난다.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반지를 보는 순간 왕은 샤꾼딸라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자책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인드라 신의 명령으로 악마(아수라)를 물리치고 돌아오다가 우연히 샤꾼딸라와 아들과 해후하게 된다.
 
일단 희곡 형식에 충실하게 쓰였으며 더욱이 고대 인도의 희곡이니만큼 요즘과는 형식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200면 이내의 얄팍한 분량에도 비교적 사건과 갈등의 전개 구조가 확연하다. 다만 대화체이기는 하나 인물의 사상 표현은 수많은 시를 통해 표출되므로 어찌 보면 극시에 가깝다고 하겠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정서가 현대와는 다른 만큼 어떤 감동이나 감흥을 찾기는 어렵다. 원문으로 접하거나 인도인이라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고대 인도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점은 역시 흥미롭다고 하겠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로 화를 벌컥 내고 저주를 퍼붓는 인도의 성자는 진정 성자인지 의심이 될 만큼 독특한 인물이다. 인도의 고대문학을 보면 성자는 두 부류다. 온건하고 자기수양적인 성자와 편협하고 성격이 불같아서 홀대 받았다고 생각되면 바로 저주를 쏟아 붓는 성자. 그런데 성자의 저주는 없애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하니 참으로 무서울 수밖에.
 
두샨따와 깔리다사의 아들의 먼 후손이 바라따 족의 비조가 된다고 하니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인물들은 역시 깔리다사와는 시대적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부록의 싼쓰끄리뜨 어의 발음규칙을 보면 v가 u 소리를 내는 것은 동남아에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베다는 웨다로, 비쉬누는 위쉬누로, 쉬(시)바가 쉬와로 하는 게 맞다고 하니 영어식 명칭에 익숙해진 우리 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원어 존중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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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9-0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10.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