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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나 - 불멸의 인도문학 1
발미키 지음, 주해신 옮김 / 민족사 / 1994년 10월
평점 :
불멸의 인도문학 1.
<마하바라타>와 더불어 인도의 양대 고전문학의 하나인 <라마야나>는 기원전 3세기에 발미키라는 시인이 집대성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호메로스의 한사람의 창작이 아니듯 발미키 역시 주요한 정리자의 일익을 담당하였을 것이다.
분량 면에서 그리스의 이웃들을 가볍게 제치는 대서사시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다. 그나마 2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 덕분에 대략적인 맛보기라도 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함이 우습기 그지없다.
<라마야나>는 ‘라마의 이야기’라는 의미라고 한다. 말 그대로 라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라마의 부왕인 다사라타 왕과 아우 락슈마나 그리고 아내인 시타 등이 등장하며, 라마가 억울한 사정에도 다르마를 굳게 지키며, 아우와 함께 원숭이족의 도움으로 아내를 빼앗아간 략샤사의 우두머리인 라바나를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
문화권 자체가 우리와 달라서인지 고유의 종교적 색채가 짙게 배어있는데 이의 함의를 파악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힌두교와 불교가 등장하기 이전 인도의 브라만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느니만큼 브라만교의 신들이 다수 등장하고, 또한 략샤사, 락샤시 등 악의 속성을 지닌 인물도 있다. 또한 성자들의 존재가 특이하다. 이들의 위상은 신들마저 우러를 정도이다.
라마는 최고신 나라야나의 현신으로 용기와 지혜를 겸비하였지만 겸손하며 다르마(도덕?)에 충실하다. 그래서 매우 이상화된 인물로 설정되어 후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게끔 하고 있다. 사람들은 영웅의 고난에 동정을 금치 못하게 마련이다.
역자의 해설을 통해 비로소 인도와 동남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라마야나>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태국의 왕호가 ‘라마’인 연유, 앙코르와트에 라마와 라바나의 전쟁 장면을 그린 대형벽화가 있다는 사실 등등. <라마야나>는 종교와 민족을 떠나 동남아인들의 소중한 공통 문화유산인 것이다.
또 특이한 점은 원숭이족 임금인 발리와 수그리바, 그리고 충성스러운 하누만이다. 발리 섬이 여기에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궁금하다. 하누만의 대활약상조차 낯설지 않다.
등장인물들의 이국적 명칭과 선악의 대결, 무수한 신들의 등장과 신들의 무기(아스트라)의 사용 등. 갑자기 국내 컴퓨터 게임들이 생각난다. <창세기전>의 주인공들은 동서양의 고대신화에서 캐릭터를 가져왔음을 알게 된다.
그리스의 서사시를 능가하는 이만 사천행의 대작이면서 문체가 세련되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거칠더라도 완역본이나 나왔으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긴 그 유명한 <일리아스>만 하더라도 근년 들어서야 비로소 원전 번역본이 나온 게 우리네 인문학의 얄팍한 실정이다.
줄거리만 따라가는 수준이지만 고전의 편린이나마 맛보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또한 상대적으로 생소한 인도권 종교와 문화를 약간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수한 낯선 용어와 인물들에 의하여 머릿속은 여전히 뒤죽박죽이다. <마하바라타>를 읽으면서 조금 나아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