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2 - 개정판 시친의 지구연대기 1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 이른아침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1권의 말미에서 문명을 창조한 네필림을 추적하면서 저자는 12번째 행성의 존재를 언급하였다. 그리고 2권은 바빌론의 유명한 창조의 서사시 <에누마 엘리시>에 대한 독자적인 재해석이다. 저자는 이것이 신화적 관점이 아니라 천문학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다.

마르둑과 티아마트의 대결을 12번째 행성과 사라진 행성 티아마트의 충돌로 이해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매우 커다란 공전주기를 지닌12번째 행성 마르둑이 화성과 목성 사이의 행성 티아마트와 충돌하여 티아마트는 반토막이 나고 만다. 윗부분은 궤도를 달리하여 지구가 되었고, 아랫부분은 산산조각이 나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가 되었다. 티아마트의 사령관이었던 킨구는 끝까지 티아마트 즉, 지구를 떠나지 않고 위성인 달로 전락하였다. 티아마트의 위성들은 부서져 혜성이 되었고 이때 전령이었던 토성의 위성 가가가 명왕성으로 승격시켰다.

12번째 행성인 마르둑은 이로써 신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다른 행성들의 궤도를 횡단하는 마르둑을 기념하기 위한 문자표기가 바로 십자가 표시였다. 십자가는 단지 예수 그리스도의 형틀로서의 상징이 아닌 그 연원이 매우 깊은 우주적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12번째 행성에 살던 네필림들은 지구와 가까워지는 시기를 이용하여 지구로 내려왔고 빙하기 기후 및 지형과 에너지원을 고려하여 메소포타미아에 기지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이어 여러 도시를 건설하고 식민 활동을 벌였는데, 이런 실제 작업을 담당한 하급신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생명공학을 이용하여 신들의 노동을 대체할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것이다. 즉 동물보다 우수하여 명령과 지시를 이해하고, 노동을 감당할 수 있도록 호모 에렉투스를 기초로 자신들의 형상을 덧붙여 현생인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야훼가 자신이 창조해 낸 인류를 왜 대홍수를 일으켜 멸절시키려고 하였는지 사유는 분명하지 않다. 수메르 신화에서는 신들의 타락을 원인으로 한다. 인간의 수가 번식을 통하여 늘어나고 네필림들이 인간과 짝을 짓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인간은 번성하고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네필림들은 점차 세력이 약화되고 퇴보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최고신들은 대홍수가 밀어닥칠 것을 알고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인류를 정리하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홍수가 있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기원전 일만 년 전후라고 추정한다. 12번째 행성이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켰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상이 신화든 아니면 실제적 역사 아니면 완전한 허구라고 하든지 간에 매우 흥미진진하다. 과거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 <창세의 수호신>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단순히 흥밋거리로만 이해하였는데 이제 생각하니 시친이 수메르 신화에서 주장하는 것과 많은 점에서 공통되고 중첩됨을 깨닫게 된다. 다시 핸콕의 저작을 읽게 되면 보다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제카리아 시친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동의와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저자의 주장을 제시한 해석과 논리, 그리고 관련 근거를 가지고 뒤따라가면 틀림없이 저자의 의견에 찬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일방통행(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더 적절하리라)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든다. 모든 것이 12번째 행성과 네필림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해석 자체가 그쪽으로 치중될 가능성은 부인하지 못한다. 더 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외로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도 저자가 새로이 내놓은 참신한 해석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엔키의 인간 창조, 바벨탑의 진실, 우투와 독수리의 의미 등 기존 수메르 신화와 구약성서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각성의 기회를 제공한 것만 해도 중대한 기여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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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3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9.11.1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