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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1 - 개정판 ㅣ 시친의 지구연대기 1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 이른아침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다시 수메르다. 이 책은 수메르 문명의 건설자는 외계에서 왔으며 그들이 온 곳은 태양계의 12번째 행성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게 웬 황당한 소설이냐고 어처구니없어 할 이들이 많을 것이며 사실 나도 기대 반 걱정 반의 심경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의 전반부는 의외로 온건하다. 수메르 문명의 발견과 수수께끼를 소개하며, 메소포타미아 주변의 신화와 신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원전은 결국 수메르 신화임을 수렴하고 있다. 이어 4장에서는 수메르 신화에 대한 개요와 주요 신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다만 한 번이라도 수메르 신화를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지만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낯선 용어와 내용, 그리고 간략한 분량으로 다소 뜬구름 잡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단언한다. “수메르 문명은 최초의 문명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뒤를 잇는 어떤 고대 문명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포괄적인 문명이었다. 그리고 이 문명이야말로 현재의 우리 문명이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었다.”(P.85)
이어 저자는 수메르 문명이 “아주 갑작스럽고, 전혀 앞선 문명 없이 독자적으로 발생”하였는데, 인류의 진화 수준에 비추어 순전한 인류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지구 외부의 존재가 문명을 세웠다고 수메르 점토판의 서사시들을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증거로써 제시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메르 서사시나 기독교의 성서를 본인이 제안한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면 모호하였거나 해석이 불가능하였던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바벨탑의 일화를 보자. 인간들이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쉠)을 날리고자 쌓는 바벨탑에 대하여 신은 분노하여 서로의 말을 뒤섞어서 결국 탑을 못 쌓게 방해한다. 여기서 인간들이 단순히 이름을 날리고자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인다는 것과 또한 단순히 높은 탑을 쌓는다고 신이 화를 내는 연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여기서 이름이라고 해석한 쉠을 비행물체로 해석한다. 즉 인간들은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자 우주선 발사대를 건설하는데, 하늘을 나는 것은 오로지 신의 특권이기에 신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인간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사례인 것이다. (P.218-220)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길가메시가 신이 있는 하늘로 가기 위하여 우투 신을 찾아가서 자신의 쉠을 세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전통적 해석대로라면 왜 이름을 세울 수 있게 요청하는지 요령부득이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가기 위하여 우주선을 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P.226-232)
성서의 창세기에 네필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하늘에서 지구로 내려온 자들로 해석한다. 네필림은 “쉠의 사람들, 즉 로켓의 사람들”(P.250)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수메르 신화에서 12라는 숫자의 중요성과, 발견된 유물들에서 수메르인들이 12개의 천체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다양한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수메르에는 위대한 12명의 신들이 있고, 예수에게는 12제자에 있었으며, 1년은 12달로 이루어져 있는 등 십진법을 사용하는 문명권에서 성스러운 것을 숫자로 나타낼 때는 유독 12라는 숫자를 사용하는 연원이 태양계의 구성체가 태양과 달을 포함하여 12개라는 데서 나온 것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9개의 행성에 태양, 달을 계산에 넣더라도 숫자는 11에 그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수메르인들이 알고 있으나 현대의 우리가 찾지 못한 12번째 행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임을 밝히고 있다.
꽤나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죽 훑어보면 저자의 주장에 견강부회는 찾기 어렵다.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유도하고 있다. 하기사 저자는 약력에 따르면 당대의 수메르어 및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상당한 권위자이니 허구로 소설을 쓰지는 않으리라.
아직까지는 정상궤도를 아슬아슬하지만 잘 지켜주고 있다. 이제 다음 권에서 저자의 로켓이 어느 선까지 치솟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