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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 - EBS 교육방송
김영훈 지음 / 베가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육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평소 아이 돌보기에 열성인 체질은 아니다. 문득 너무 아이에 소홀한 게 아닐까 자성의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 “언저리를 맴돌기만 하던 아빠, 이제 태교와 육아에 몰입하라!”는 뒷표지의 카피가 유난히 절실하게 다가온다.
딱히 명확한 육아 철학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저 애가 무탈하고 모나지 않게 자라주는 데 만족하고 싶다. 예체능 및 취미는 재능이 두드러지거나 본인이 흥미를 느끼기 전에는 강요하지 않으련다. 공부에 대해서라면 부모는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환경)를 만들어 주고 길잡이 역할을 하면 나머지는 아이 본인에게 맡기고 싶다. 물론 내 아이가 다방면에서 뛰어나다면 무척이나 기쁘겠지만 제 앞가림만이라도 해주면 만족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육아에서 아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몇 가지 팁을 제공하는 정도로 예상했는데 저자는 육아에서 오히려 아빠를 중심에 놓는 듯 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소홀한 아빠의 적극적 기여가 요구되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다. 하지만 엄마에 의한 육아를 아빠에 의한 육아로 대치하고 다소간의 아빠 효과를 첨가하는 방식은 현실 적용 면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많은 아빠가 육아를 어려워하는 것은 아기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데서 연유하는데 이런 근본적 여건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차라리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과 중요성 및 기대감이 증대하는 현실을 감안하되, 육아의 중심은 여전히 엄마임을 인정하고 건강한 육아를 위한 아빠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서술했다면 효과는 더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한편 아빠 육아를 다루면서 동시에 영재 교육 또는 뇌기반 교육도 병행하는 저자의 욕심은 걷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달릴 것을 기대하는 난감함이 존재한다. 두 가지 의도를 한 권의 책에 어설프게 결합하기 보다는 하나라도 오롯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게다가 뇌기반 교육의 강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뇌 관련 의학용어가 반복적으로 난무하게 하여 흥미를 반감시키기조차 한다.
물론 이 책을 흥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당당한 육아실용서다. ‘한눈에 보는 육아 체크리스트’가 책 뒤의 부록으로 달려 있으며, 책 구성도 육아 시기별로 태아기, 영아기, 걸음마 단계, 첫 번째 사춘기, 취학 전으로 구분하여 즉각적으로 내용을 참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와는 다른 견해를 품은 이, 저자의 육아관에 동조하는 이라면 제법 유용하게 쓸 만한 책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 책의 분류에 따르면 첫 번째 사춘기에 한창인 맏아이가 아빠를 너무 만만한 친구로 여기고 있어 당최 아빠의 위엄과 위신이 서지 않는다. 어찌 대처해야 할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