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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 고려대학교청소년문학시리즈 12 ㅣ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12
빌헬름 하우프 지음, 김용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9년 1월
평점 :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012
19세기 초 독일의 작가 빌헬름 하우프는 25세로 요절한 탓에 짧은 활동 기간을 가졌다. 몇몇 작품 중에서 <교양 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동화 연감>이 매우 유명하다. 국내에도 제법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 책 역시 <동화 연감>에 수록된 작품이다. <동화연감>의 구성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으나 짧은 장편 정도에 해당하는 이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채로운 구성이 아닐까 추측한다.
‘카라반’은 우리말로 ‘대상(隊商)’이다. 사막을 가로질러 낙타 떼를 몰고 가는 상인들. 친숙한 광경이다. 웬만한 이라면 어릴 적 TV에서 신밧드의 모험 등 애니메이션을 숱하게 보았을 것이다. 카라반이 나오는 장소는 사막, 따라서 당연히 아랍과 이슬람이 주된 배경이 된다. 이 작품 역시 메카에서 카이로로 향하는 여정을 택하고 있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는데, ‘황새가 된 칼리프 이야기’ ‘유령선 이야기’ ‘잘린 손 이야기’ ‘파트메의 구출’ ‘난쟁이 무크 이야기’ ‘가짜 왕자에 관한 동화’가 그것이다. 카라반 들이 여행을 하면서 중간에 심심파적 삼아 재밌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유형이라면 대표적으로 <데카메론>이 연상된다. <아라비안 나이트>도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따라서 각 이야기는 독자성을 유지하고 심지어는 개별 이야기의 우연한 집합에 불과한 경우도 있지만, 하우프는 ‘빨간 망토의 남자’ 도적 오르바산을 등장시켜 이야기 간 유기적 체계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야기 내용 자체는 전혀 낯설지 않다. 어디에선가 들어봤음 직하거나 최소한 분위기라도 생소하지 않다. 그러다가 문득 ‘난쟁이 무크 이야기’에서 가서 불현 듯 깨달았다. 바로 <아라비안 나이트>를 중심으로 각색 내지 윤색하였다는 사실을. 아랍문학의 최초이자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천일야화>가 아니겠는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유럽에 아랍 열풍이 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아시아권에 소위 ‘한류’가 득세했던 것처럼 서구 기독교 세계에 아랍, 보다 정확히는 오스만 투르크(흔히 터키로 불리운다)로 대표되는 이슬람 문화가 유행하였다. 괴테가 <서동시집>을 쓰고, 모차르트가 터키 행진곡을 작곡한 게 우연은 아니다.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사람과 문화, 이것들은 어린이들(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빌헬름 하우프는 이것을 알아차리고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단편들을 서구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였다. 사실 각각의 내용을 음미해 보면 동화라고 하기엔 잔혹한 측면이 강하다. 소위 잔혹 동화 류인 것이다. 즉 하우프는 동화의 형식을 빌어서 유럽인에게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인 아랍인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고 있다. 그것이 당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문화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어설픈 교훈 도출 등 약점이 눈에 띄지만 동화는 동화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므로 너그럽게 흘려 넘기자.
참고로 고려대학교출판부 판본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므로 판형이나 문체는 동화체는 아니다. 몇 군데서 본격 동화 형식으로 출간하였으므로 진짜 동화로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