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타르타랭 교학사 청소년 세계명작 24
알퐁스 도데 / 교학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별’과 ‘마지막 수업’으로 알퐁스 도데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빨리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들이닥치는 당혹감을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풍차방앗간 소식>에서 싹 트고 <월요일 이야기>에서 떡잎을 틔운 도데의 유머와 해학의 풍조는 타르타랭 시리즈에서 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삼부작 중 나머지가 번역되지 않은 현실에 매우 유감스러워하게 된다.

엉뚱하고 비상식적인 행동 양태를 보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으로는 <돈키호테>와 <그리스인 조르바>가 문득 떠오른다.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막무가내고, 갓 잡아 올린 고등어 마냥 팔딱팔딱 뛰는 우리의 주인공 타르타랭은 양자의 중간에 해당된다. 낙천적이며 현세적 인생관 및 여성에 대한 진지한 몰입은 조르바와 가깝고, 자신에 대해 착각과 오해하면서 앞뒤 모르고 덤벼대는 것은 돈키호테와 친구 사이다.

소위 타라스콩 알프스 클럽의 회장인 타르타랭은 질투의 화신 코스트카르드로부터 회장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알프스를 정복하러 떠난다. 도중에 허풍선이 고향사람 봉파르와 만나서 알프스를 거대한 테마파크로 착각하게 되어 난관에도 대범하게 유유자적 융프라우를 등정하게 된다. 도중에 마주치는 알프스 관광객들 군상과의 관계, 특히 러시아 혁명조직과 젊은 여성 소냐와의 우습지만 열렬한 애정은 둘시네아를 향한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 어쩔 수 없이 몽블랑 등정에서 나섰다가 조난되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 타르타랭.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 맞추어 귀향한다.

솔직히 이 작품은 줄거리 자체는 대수롭지 않다. 곳곳에 등장하는 타르타랭의 대사와 행동이 관건이다. 입만 열면 북아프리카 사자 사냥 일화를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는 허풍에 불과하다. 소냐를 열렬히 사랑하고 뛰어난 사격술(?)을 과시하지만 혁명에 동참하게 될까 두려워 도망치듯 떠나고 결국 수다쟁이라는 핀잔을 받지만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인간. 그것이 바로 타르타랭이다. 그가 진정 소중하게 여기고 즐기는 것은 인생 자체이며, 인생을 소홀히 하거나 염세적으로 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알퐁스 도데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유머와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자신이 프로방스 출신답게 풍물과 사람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보듬고 있다. 그것이 도데의 미덕 아니겠는가. 그래서 봉파르라는 어찌 보면 거짓말만 주워섬기는 사기꾼마저 타라스콩 사람은 원래 그런 법이라며 감싸 안는다.

19세기 후반기의 점차 냉정한 자본주의적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 도데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하여 사람들이 잊거나 소홀히 하는 따뜻한 인간성을 되살리고자 하는 소박한 바램을 품고 있는 듯하다.

<알프스의 타르타랭>은 비교적 경장편에 속하므로, 필업으로 대표 단편선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은 ‘별’, ‘마지막 수업’, ‘어린 자고새의 놀람’, ‘세 번의 경고’, ‘크리스마스 이야기’,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노인들’이다. 이 중 ‘어린 자고새의 놀람’ ‘세 번의 경고’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처음 읽는다. 전자는 우화 형식을 빌어 사냥꾼과 사냥당하는 동물의 긴장된 관계를 그리고 있다. 언뜻 사냥 비판론이 아닐까 싶지만 전쟁이라는 황폐한 체험의 소산임을 깨닫게 된다. ‘세 번의 경고’ 역시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 사회 비판으로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후자는 산업시대 이전 화려한 귀족 사회의 자취를 되새기고 있다. 

* 여명출판사 번역본은 절판되고, 현재는 교학사 번역본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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