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데 뫼링 (구) 문지 스펙트럼 27
테오도르 폰타네 지음, 박의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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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폰타네와 그의 작품 선택은 솔직히 말하면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에 힘입은 바가 크다. 평소 신뢰하던 이 시리즈로 나온 <에피 브리스트>를 우연히 도서관에서 대출하면서 <마틸데 뫼링>도 곁들였다. 테오도르 폰타네의 이름은 테오도르 슈토름의 작품 해설을 읽으며 처음 들었는데, 초기에는 문학평론을 많이 하였음을 약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른 작가들은 창작력이 저하되고 과거의 명성에 의지하게 되는 시기인 나이 육십에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에 뛰어든 폰타네. 그 후 그는 평균 일년에 한 권씩의 무서운 속도로 연이어 소설을 발표한다.

이 작품 <마틸데 뫼링>은 작가 생전에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가 사후에 출간된 이른바 유작이다. 비교적 경장편에 가까운 분량이므로 두툼한 <에피 브리스트>에 앞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표제는 작중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마틸데 뫼링이란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이 작품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미망인의 딸로 방 하나를 하숙하여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집안 형편. 지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외모 등 여성적 매력은 부족한 아가씨. 그녀가 입신양명을 꿈꿀 수 있는 방법은 시집을 잘 가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으나 형편 상 그럴듯한 집안은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그녀는 하숙생이 국가고시 지망생인 후고 그로스만을 선택하고 우연한 계기에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여기서 양자 간에 결혼의 진정한 전제인 사랑이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남자는 감사와 배려의 마음에서 여자는 팔자를 고치려는 의도가 결합한 것이다.

남편을 통해 대리 출세를 도모하는 마틸데.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위해 용의주도하게 후고를 독려한다. 안이한 후고는 마틸데의 부드러운 압력에 떠밀려 고시를 통과하고 소도시 시장에 응모하며, 성공적인 시장 활동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심의 본의와는 다른 사회활동은 그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건강을 해쳐 마침내 병사하게 된다.

마틸데는 보기 드문 유형의 인물 설정이다. 사려 깊고 지적으로 뛰어난 그녀는 악인의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가 후고를 이끄는 것도 강압이 아닌 이해와 설득을 통해서다. 즉 후고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길을 따랐다.

그럼에도 독자가 주인공에게 공감과 애정을 품지 못하는 것은 그녀의 용의주도함이 비인간적인 면모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고는 마틸데의 목적 성취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던 게 아닐까? 작가의 태도 또한 독자와 그리 다르지 않다.

후고의 죽음 이후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마틸데는 재혼을 거부하고 여교사로 독립된 삶을 계획한다. 마틸데가 굳이 재혼할 필요는 없으리라. 미망인 연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생계유지가 가능한 그녀는 이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리고 당대에 여성의 사회활동이 허용되었던 유일한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그나마 후고의 영향으로 그녀가 다소는 인간적 유연함을 가지게 되었음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마틸데 뫼링을 현대적 여성상으로 이해할지 아니면 도구적 인간관의 현현으로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다만 작가의 주인공에 대한 거리감과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이 작품이 당대 독자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웠을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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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2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10.8.11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