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팔코네 - 메리메 단편선
프로스페르 메리메 지음, 정장진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메리메의 주요 단편 모음집이며, 수록된 작품은 다음의 세 편이다.

마테오 팔코네
타망고
일르의 비너스

<마테오 팔코네>는 코르시카 섬을 배경으로 사나이로서의 의리를 저버린 어린 아들을 죽이는 비정의 아버지를 다루고 있다. 작품 자체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그 여운은 만만치 않은데, 무엇보다도 자식을 죽이는 부모라는 소재 자체가 범상치 않은데 연유한다.

하늘이 내린 윤리[천륜(天倫)]와 인간이 만든 윤리[인륜(人倫)] 간 무엇이 보다 우선순위를 지니는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이다. 여기에는 코르시카 섬의 보다 엄격한 의리 중시 문화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자들의 의리는 남녀 간의 애정, 부자간의 사랑과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도덕률의 하나이다. 사람들이 욕을 하면서도 소위 조폭 영화에 빠져드는 현상도 여기에 무관하지 않다.

다만 대상자가 성인이 아니라 열 살밖에 안 되는 아이라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세계관과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고, 아직까지 이성보다 감성과 충동에 더 몸을 움직이는 아이에게 그러한 극단적 조치가 타당할까?

당대의 일반적 도덕률과 코르시카의 특유성, 그리고 마테오 팔코네의 개인적 가치기준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간단하지는 않다.

<타망고>는 배경이 일변하여 아프리카, 그리고 노예선이다. 노예무역을 당사자인 미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 다루었다는 점이 신기한데, 소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유럽 각국의 상선들은 노예무역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었다.

대립적인 두 인간이 등장하는데, 노예선 선장과 바로 노예사냥꾼인 자신이 흑인인 타망고이다. 먼저 르두 선장은 악인이 아니다. 그는 당대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로서 가장 수지맞는 사업인 노예무역에 종사한다. 이는 그의 양심에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믿을 정도이므로.

한편 타망고는 노예를 백인에게 넘김으로써 부를 누리는데 실책으로 인하여 자신마저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보통은 체념하고 말텐데 타망고는 집념과 끈기로 마침내 족쇄를 풀고 풀려난 흑인들과 함께 백인들을 모두 죽이고 만다. 그런데 배를 조종할 사람이 없게 되어 결국 모두가 죽어가고 혼자만 간신히 목숨을 건져 영락한 생을 살다가 죽는다.

작가의 시선은 양비론(兩非論)이다. 선장도 타망고도 작가의 눈에는 긍정적인 인간형은 아니다. 특히 주인공 타망고는 자신이 동료 흑인을 팔아넘긴데 대하여 가책을 갖지 않으며, 흑인들을 이끌고 선원들을 모두 죽이는 한치 앞도 모르는 무모함마저 가지고 있다.

작가의 시선 자체도 또한 양면적이다. 그는 분명히 노예무역의 비인간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흑인들의 무지몽매함과 미신에의 편향 등 여러 악덕들을 보여줌으로써 은근히 백인우월주의적 시각을 드리우고 있다.

<일르의 비너스>는 이미 <세계의 환상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 낯설지 않다. 다만 이탈리아어 번역본과 원작인 프랑스어 번역본과의 차이점이 혹시 있지나 않을까 싶어 다시 보았다. 결론은 당연하지만,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비너스의 악의적 이미지가 가져오는 음산한 효과는 여전한데, 이는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여신과 상반되는 것이다. 조소하는 비너스, 사랑의 제물을 요구하는 비너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번역상의 오류로 생각되는 어휘가 있다. ‘스카시’가 그것인데, 알퐁스가 마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운동경기다. 이탈리아어 판본에서는 ‘테니스’로 옮기고 있다. 스카시는 역주에서도 밝혔듯이 네 벽이 막힌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인데, 작중에서는 야외의 넓은 운동장이 스카시 구장이라고 하여 자체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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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2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10.12.10 마이페이퍼에 쓸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