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곱스카야 공작부인 / 우리시대의 영웅 지만지 고전선집 156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 지음, 홍대화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은 레르몬토프의 미완성 소설이다. 국내 초역인데 완역은 아니며, 전체 9개 장을 50%~80% 발췌 번역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기는 발간해 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더 이상 무슨 투정을 부리겠는가.

내용을 보면 무척 흥미로운데, <우리 시대의 영웅>의 전편 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도 페초린으로 동일하며, 페초린의 첫사랑 베라가 등장하며, 리곱스카야 공작부인도 등장한다. 물론 전작과 후작의 인물이 동일한 캐릭터는 아니며, 다만 유사성이 높아서 두 작품 사이에 친연성(親緣性)이 깊다고 염두에 두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작가는 먼저 페초린을 주인공으로 하여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을 집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중에 작품 전개 또는 인물 설정이 본인의 의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중단한 것이 아닐까. 이는 <우리 시대의 영웅>에 등장하는 페초린과 미완성작의 페초린을 비교하여 보면 유사성보다 대비점이 두드러지는 특성을 보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본론보다는 서론적인 연애담이 장황하게 전개되어 작품의 초점이 흐려지는 문제점도 노정되어 있다.

그래도 레르몬토프의 대표작에서 과도한 생략으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페초린과 베라의 관계를 이 작품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은 크나큰 소득이다.

또한 하급 관리 크라신스키를 등장시켜 페초린과 갈등 관계에 놓고 페초린 주위에 베라와 네로구바의 삼각관계를 설정하는 등 나름대로 후작과는 차별되는 작품 구도를 가진 점도 흥미롭다. 후작이 페초린을 중심으로 하지만 다소 연결성이 느슨한 단편소설 모음의 형식을 취한 것과는 작품 전체의 통일성에서 보다 강화되어 있다.

소설은 본격적인 사건과 갈등이 전개되기 직전에 펜이 멈추어졌다. 따라서 작품의 진면모를 우리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작을 완성작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이 점을 유념하고 먼저 일독 후 <우리 시대의 영웅>을 펼친다면 훨씬 매끄럽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시대의 영웅>은 원전의 약 80%를 발췌 번역하였는데, 이미 국내에도 완역본이 있으므로 민음사본과 문학동네본 중에서 취사선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단상을 밝힌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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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10.12.16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