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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즈 족 (천줄읽기) ㅣ 지만지 천줄읽기 366
프랑수아-르네 드 샤토브리앙 지음, 문미영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유의할 점 두 가지를 먼저 언급한다. 먼저 이 책은 원작의 요약본이다. 편집자 일러두기에 따르면 원전의 약 34%를 발췌 번역하였다. 따라서 원전과 같은 문학적 흐름과 향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며, 다만 국내 초역인 이 작품의 개괄과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그쳐야 한다.
다음으로 이 책 단독으로 읽어도 괜찮지만, 가능하면 <아탈라>와 <르네>도 같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두 작품은 작품의 독자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나체즈 족>의 일부이기도 하며 배경과 사건과 인물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만으로는 완전한 이해에 부족하다.
나체즈 족은 지금의 미국 루이지애나 주를 중심으로 미시시피 강 동안 중남부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인디언으로서 프랑스 군의 탄압으로 종족이 몰락하였다.
아메리카 대륙을 방문 중이던 샤토브리앙은 나체즈 족에 대해서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그의 명작을 포함한 대작을 구성하였다. 그의 관심은 단순한 이국취미의 발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국 프랑스의 무자비한 식민정책으로 몰락하는 힘없는 피압박민족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일 수도 있다.
<르네>에서는 소홀히 취급되었던 나체즈 족에 정착한 르네의 신대륙 생활이 상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르네의 우울과 고뇌가 <르네>에 못지않게 작품 전반을 휘감고 있어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도자라는 작가의 명성을 헛되지 않게 하고 있다.
“르네는 무료한 시선으로 자신의 은둔 생활을 둘러보았다. 그의 행복은 참회를 닮았다. 그는 사막과 한 여인과 자유를 원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소유했지만 무엇인가가 그의 소유를 망치고 있었다.” (P.85)
“나는 삶이 지겹습니다. 나를 삼킬 듯한 권태에 늘 괴로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것들에 나는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나는 기쁨이 없는 덕망 있는 자입니다...나는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영원히 잊혀진 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P.122)
자신에 대한 우투가미즈의 우정을 보답하고자 셀루타와 결혼하지만 그는 아무런 열정도 기쁨도 갖지 못한다. 그의 마음속에 뿌리깊은 슬픔과 우울의 근원은 무엇인가? 누이 아멜리와의 이루어지지 못할 근친상간적 연정의 작용인가 아니면 프랑스 대혁명 전후 당대에 떠돌던 개인과 사회의 부조화에 대한 작가 자신의 예민한 감성의 기인인가.
작품의 결말은 시사적이다. 르네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고 나체즈 족은 근거지를 잃고 뿔뿔이 흩어진다. 악인 옹두레는 우투가미즈에 의해 처단된다. 르네는 그 불신앙의 처벌을 받은 것이며, 옹두레는 악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나체즈 족의 불운과 셀루타의 불행은 무슨 잘못인가? 역시 불신앙과 서양에 대한 불예속의 과오의 대가인가.
이 작품은 한 고독한 프랑스인과 불운한 인디언 종족에 대한 웅장한 비극적 일대 서사시이다. 이 작품이 후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는 패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언젠가 <아탈라>와 <르네>가 제대로 포함된 완역본을 읽을 수 있다면 샤토브리앙이 나체즈 족의 운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