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반정보
- 레이블: NICES
- 음반번호: TLWH-019
- 수록시간: 67:10
2. 연주자
- 소프라노: 조수미 (SUMI JO)
- 지휘: 금난새
- 연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조수미의 목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성악이 하나의 악기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음악은 악기로 연주된다. 그러고 보면, 음악을 연주하는 그 많은 악기중 살아있는 악기는 성악뿐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이듯이, 조수미는 세계 최고의 살아있는 악기다. 그리고 동시에 그 악기를 가장 잘 연주하는 연주자이다. 때로 음악을 듣다보면, 사람의 목소리로 연주되는 노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하고 감탄하게 된다. 조수미 역시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정상의 성악가이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은 인간 생명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듯 우리는 그의 노래에 감탄한다.
조수미의 한국 가곡 해석에는 지금까지 한국성악가들의 것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서정성의 새로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차원의 서정성이다.지금까지 한국가곡의 연주가 감정적이고 주관적 해석에 치우치고 있었다고 한다면, 조수미의 해석은 지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가사와 선율이 주는 정감을 더 강조하고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노래를 촉촉하게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보여주고, 음악적 세계를 깨끗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 깨끗한 그림에서 청자로 하여금 보다 깊은 정서를 느끼게끔 유도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자기 흥에 겨워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세계에 대한 겸손과 지적인 냉정성을 유지하면서 노래의 세계를 곱게 꾸며가는 것이다. "가고파"에서 "가서...옛날같이 살고지고"의 구절을 들어보면, 그가 노래를 얼마나 지적으로 그리고 냉정하게 처리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자신의 정감을 억제하면서 말이다.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오페라의 아리아이거나 우리의 가곡이거나 상관없이 그가 고음을 얼마나 아름답게 처리하고 있는가에 감탄할 것이다. 조수미의 고음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있다. 대부분의 성악가들은 고음을 내기 위해 힘을 들여야 하고, 그 힘을 얼굴 표정에 드러낸다. 그래서 고음의 어려움을 우리는 노래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고음을 내고 있는 조수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가 고음을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는 고음을 내는 어려움에 대해 묻지를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고음을 쉽게 내는 것을 타고난 재능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터득한 발성의 테크닉으로 여긴다. 모든 예술의 전제 조건이 테크닉이듯 그는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완벽한 발성 테크닉의 소유자이다. 그 테크닉 위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성취되는 음악적 세계가 그를 정상의 성악가로 만든 것이다.
꽃, 사랑, 새, 고향의 네 주제를 택한 것은 그가 음악적 세계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점이다. 한국 가곡의 음반을 처음 출반하면서 가사의 내용과 관련되는 주제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은 그가 앞으로 한국가곡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면이다. 아마도 이러한 계획은 그가 외국의 연주회에서 한국의 가곡을 소개하게 될 어떤 틀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가곡의 일천한 역사와 더우기 최근에 이르러서 그 전통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 때 연주자로서의 그의 이같은 노력은 우리 가곡의 발전과 보급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우석/서울대 음대 학장) [내지에서...]
3. 녹음
1) 녹음일자: 1994.07
2) 녹음장소: Seoul Studio, Seoul
4. 프로그램
꽃 FLOWERS
01. 이홍렬: 꽃구름 속에 (2:17)
02. 김동진: 수선화 (3:31)
03. 김성래: 동심초 (3:37)
04. 김순남: 산유화 (3:14)
05. Rossini: La Froraia Fiorentina 피렌체의 꽃장수 (3:47)
사랑 LOVE
06. 김규환: 님이 오시는지 (3:52)
07. 김형주: 첫치마 (3:48)
08. 김순애: 그대 있음에 (4:32)
09. Luigi Aditi: Il bacio 입맞춤 (3:47)
10. E.Grieg: Ich Liebe Dich (3:18)
새 BIRD
11. 새야새야 파랑새야 (4:59)
12. 조두남: 새타령 (3:01)
13. E.Dell'Acqua: Villancelle 목가 (5:07)
고향 HOMETOWN
14. 김동진: 가고파 (4:20)
15. 채동선: 고향 (3:14)
16. 최영섭: 그리운 금강산
17. A.Dvorak: Song My Father Taught Me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4:20)
18. V.Hervert: Italian Street Song (2:17)
나는 대체로 성악곡을 썩 즐기지 않는 편이다. 우선 외국곡은 가사 전달 면에서 빵점이다. 차라리 기악곡이면 모르겠는데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성악곡이라...우리 성악곡도 별 차이 없다. 가사만 우리말이지 작곡기법도 노래하는 성악가들의 발성과 테크닉도 온통 서양 클래식 풍이다. 그러니 감흥이 올 리 없다.
조수미의 이 음반은 기대만큼 실망도 많이 안겨주었다. 아, 우리 가곡이 이렇게 기계적이고 생경하게 들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어주었다. 과도하게 서구의 물에 젖은 곡 해석은 가곡을 오페라 아리아 또는 리트로 착각하게 만든다. 내지에서 객관적이라는 표현은 감정이입이 빠져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조수미가 이제 다시 우리 가곡을 노래한다면 이와 같지는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이 음반의 충격으로 그후 나는 조수미의 음반을 한 장도 구입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약간은 있지만 당최 손이 가지 않는 걸 어찌하겠는가....(그래도 바로크 아리아집은 살까 말까 여전히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