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러의 제7번은 말러 전성기를 맞이한 현대에도 제3번과 더불어 여전히 비인기곡이다. 예술성이 떨어지기 보다는 청중의 귀에 단번에 쏙 다가서는 요소가 드러나 있지 않은 연유가 크다. 제1번은 4악장의 거대한 폭발, 제2번은 역동적 선율과 합창의 어우러짐, 제4번은 서정성, 제5번은 서두의 트럼펫 독주로 시작하는 장쾌한 관현악과 4악장 아다지에토의 감상성, 제6번은 마지막 악장 해머 타격의 충격, 제8번은 천인이라는 미증유의 스케일, 제9번은 끝모를 깊이로 빠져드는 고별의 미학, <대지의 노래>는 남녀 성악이 주도하는 형식의 특이성과 중국 시에서 끌어온 가사 내용의 달관의 정서 등등.
제7번은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선입견이자 편견이다. 1악장과 마지막 5악장을 보면 여전히 말러의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울림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피날레는 압도적이다. 또한 2악장과 4악장의 야곡(夜曲)은 자체로 독특한 데다 후자에는 기타와 만돌린이 밤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로맨틱한 정감을 자아내며.
오늘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뉴욕필의 신음반으로 이 곡을 듣는다. 역시 말년의 번스타인답게 거대하게 확장된 스케일로 하지만 음 하나, 소절 하나도 철저하게 자신만의 주정적인 해석으로 들려준다. 이 연주를 들으면 제7번이 덜 주목받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실황이지만 매우 뛰어난 녹음에 힘입어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로서의 제7번을 웅변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말러 연주에서 거대한 성곽을 구축한 번스타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세레나데 풍은 조금 더 밤의 정서를 풍겼으면 하는 일말의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