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양자 역학부터 양자 컴퓨터 까지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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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1930년대 양자 역학 개념과 이론이 본격적으로 정립된 이래 여러 논란과 도전이 잇달았다. 20세기 후반부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를 입증하는 실험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금은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국가 간, 기관 간 양자 컴퓨팅 경쟁이 치열하다. 컴퓨터는 알겠지만 양자가 붙은 컴퓨팅은 무엇이 다른지 그토록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지, 기존의 슈퍼컴퓨터와는 다른 것인지 궁금과 의문을 품었다.

 

이 책은 바로 독자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획의 결과다. 전반부 1부는 양자 역학을, 후반부 2부는 양자컴퓨터를 각각 다루고 있다. 후기를 보면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표제로 인한 혼동으로 생각된다. 표제만 보면 초심자를 위한 양자 역학 소개서 내지 입문서로 기대하였는데, 다루는 내용의 깊이와 방향이 기대와는 다를 수 있어서다. 물론 부제에서는 언급하였지만, 차라리 표제에 양자 컴퓨터까지 추가하였으면 더 나았을 거라는 개인적 생각이다.

 

1부는 양자 역학의 개념과 발전사를 소개하는데, 제한된 분량에 최대한 담으려고 애쓰다 보니 상세한 풀이와 설명보다는 약간 요약형에 가깝다. 혹자는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흥미진진하게 탐독할 수 있었다. 파동-입자 이중성과 불확정성 원리 같은.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은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양자 역학의 핵심 개념이며,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에 해당한다.

 

고전 역학은 거시 세계에, 양자 역학은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는데, 저자는 미시와 거시 세계 모두 양자 역학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점이 신선하였다. 양자 역학에 대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반론이 실험을 통해 오히려 양자 역학의 결정적 승리로 확인되었다는 점은 최신 과학적 결과의 산물일 것이다. LED, 레이저, GPS 등 양자 역학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의 예시는 현대사회가 양자역학과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한다.

 

2부가 이 책의 핵심이다. 1부는 2부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기초에 해당한다. 도대체 양자 컴퓨터가 왜 이렇게 이슈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컴퓨터의 비트 개념이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이며, 큐비트의 개수가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가지는데, 그것이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의 속성 때문이라는 점 등.

 

얽힘과 중첩이라는 양자 역학의 특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연산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P.120)

 

슈퍼컴으로 수백 년에서 수만 년 걸릴 계산을 수 시간 내 처리할 수 있다면 강력한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술적 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 차원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 나아가 국가와 문명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 될 수 있기에 그토록 맹렬한 선점 질주에 나서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양자컴퓨터의 다소간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굳이 입문서에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최신 과학기술 동향을 따라잡으려면 알아서 나쁠 것은 없으리라. 먼저 범용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대표적인 3가지 방식인 회로 기반, 단열, 측정 기반 양자 컴퓨팅을 순차적으로 소개하며, 이의 원리와 한계도 함께 언급한다. 이어 특수 목적 양자 컴퓨터도 차례로 다룬다. 양자 컴퓨터는 태생적으로 다양한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기에 오류 보정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워낙 막대한 연산 결과를 내보이기에 사소한 오류조차도 결과값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여러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이 개발되는 까닭도 오류 최소화 중요성에 대한 증거라고 하겠다.

 

오늘날 실제 양자컴퓨터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초전도 큐비트 양자 컴퓨터, 중성 원자 양자 컴퓨터, 이온 트랩 양자 컴퓨터가 현재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지니면서 경쟁하고 있지만, 초전도 큐비트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한다. 차세대 도전자로 반도체 양자점, 위상 큐비트, 분자 큐비트 양자 컴퓨터도 충실히 소개한다.

 

독자가 이러한 세부적인 기술과 경향을 모두 숙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춘추전국시대처럼 난무하는 여러 방식과 기술은 차츰 정리되게 마련이다. 컴퓨터의 기술적 지식이 없어도 잘 사용할 수 있듯이 우리는 좋은 사용자 역할에 필요한 지식만 갖추면 된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류 문명이 대전환을 맞이하였듯이, 양자 컴퓨터의 본격화는 못지않은 대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문명은 철저하게 정보통신 과학기술 기반이다. 근래 들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잇달아 발생하는데,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은 보안이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보안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에 보안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자연계의 복잡한 현상을 인간이 원하는 대로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디지털 실험실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실의 문은 과학자뿐 아니라 인류 모두가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열려 있겠지요. (P.253)

 

과학자답게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기술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애석하게도 평범한 독자인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4차 산업혁명, 로봇, AI의 출현과 급격한 발전으로 유용성과 편의성의 증대 못지않게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모든 과학기술은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양자 컴퓨터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와 층위에서 분명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다만 혁신의 결과인 새로운 미래가 밝을지 어두울지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양자 역학의 최신 학문적 성과와 양자 컴퓨팅의 발전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에 좋은 책이다. 워낙 난해한 개념을 평이하게 서술하려다 보니 표와 도판에도 불구하고 쉽지만은 않지만 저자의 설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1부의 비중을 키워서 더 충실한 설명을 추가할 수 있었다면 입문자가 접근하기 한층 쉬웠을 텐데 하는 한 가닥 아쉬움을 제외하면, 무엇보다 양자 컴퓨터의 다양한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서 유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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