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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 - 민족의 형성과 민족 문화 ㅣ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엮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좌측 상단에 ‘청소년과 함께 살아 숨쉬는-21세기 대안 교과서’라는 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대변한다. 이 책이 기획되고 집필되던 2000년초까지만 해도 중등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였던 모양이다. 저자들은 국정교과서의 획일화된 체계와 청소년의 눈높이와 흥미를 끌기에 부족한 주제와 내용서술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안 교과서로 모색했다고 밝힌다.
현장에서 이 책은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2002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7년과 2012년에 개정판, 2019년 개정증보판이 각각 출간되었다. 20년에 걸쳐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개정판이 나왔다는 게 높이 평가할 만하다. 초판을 개정증보판과 비교해 보면 목차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거의 같음을 알 수 있다. 기본 뼈대는 동일한 가운데, 도판 자료가 추가되거나 대체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총 11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실제 역사 서술은 2단원 ‘우리 역사의 새벽’부터 10단원 ‘일어서는 농민들’까지다. 1단원은 ‘역사는 왜 배우나요’로서 역사 학습의 의미를 밝히며, 11단원은 ‘민족의 형성과 민족 문화’로서 앞선 서술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민족과 문화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고 있다.
본문 내용 자체는 딱히 언급할 만한 게 없다. 중등 교과서이니만치 기본적인 사실 전달에 주력하며, 논쟁적이거나 심화된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대신 글만으로는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흥미를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풍부하고 큼지막한 사진 자료와 삽화를 매우 많이 수록하고 있다. 거의 장마다 한두 개 이상의 도판이 있다고 보면 되며, 이따금 전면과 양면에 걸친 사진을 담고 있어 보는 눈이 시원할 정도다. 보통의 책보다 큰 판형이니 효과는 더욱 배가된다. 유효적절한 지도의 추가로 구체적 장소의 위치 확인과 사건 전개의 이해를 높이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일반적 역사서와 차별되는 점은 독자인 학생의 참여와 의식을 요구하는 항목이다. 본문 학습이 끝나면 ‘저도 저요’, ‘나도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한다. 그리고 연대순의 단조로운 역사 서술을 벗어나 요즘 관점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당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세 개의 주제로 특별 꼭지를 추가하고 있다. ‘여성과 역사’가 9편, ‘문화재를 찾아서’가 11편, ‘청소년의 삶과 꿈’ 9편이다. 다만 중등 역사 교과서에 굳이 여성이라는 항목을 가지고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스럽다. 마지막으로 부록으로 한국사 연표를 담고 있어 교과서의 정석을 보여준다.
오늘날 중등 역사 교과서는 국정이 아니라 검정도서 방식이다. 이제는 여러 저자와 출판사가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으므로 기존처럼 획일화 우려는 많이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교과서 자체가 갖는 한계성으로 여전히 많은 학생이 역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교과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역사를 다루는 방송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 만나게 되는 흥미진진함은 결국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라는 포맷의 근본적 차이에 있다. 역사 교과서, 나아가 역사서를 영상 매체와 차별화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지속적 모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