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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 개정판
설민석 지음 / 휴먼큐브 / 2017년 11월
평점 :
한국사, 나아가 역사 자체를 어릴 때부터 매우 좋아한다. 문득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러볼까 하는 생각에 가벼운 통사로 리마인드를 해보려고 이 책을 펼쳐 든다. 아뿔싸, 이 책은 통사가 아니다. 저자가 ‘무한도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인물, 사건, 문화유산의 세 주제로 우리 역사 전체를 아이템별로 편집하였다. 대중적 반응이 좋았는지 2014년 초판 후, 4년만인 2017년 개정판을 내놓았다.
한국사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콘셉트에 맞게 선정한 주제도 흥미를 끌 만한 것으로 엄선하였고, 다루는 내용도 기초수준에 심화 지식을 살짝 맛보여주는 수준이다. 심층적이거나 난해한 수준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역사서는 통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주관이지만, 초심자에게는 이런 접근법도 용인될 수 있다.
구성은 전체 인물 편, 사건 편, 문화유산 편의 3개 장으로 하며, 각 장은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에피소드는 맨 앞에 대표적 내용을 소재로 재미난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인다. 에피소드별 분량은 네다섯 장 정도이므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본문도 역시 삽화와 도판을 적극 활용하기에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어 쑥쑥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한다. 이따금 에피소드 끝에 역사 상식이라고 하여 박스형으로 추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맨 끝에는 한국사 연표와 본문 자료 출처를 밝히고 있다. 전체로서 잘 짜인 구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사의 수많은 사건과 인물 중에서 에피소드 선정은 대중성과 주관성이 많이 작용한 듯싶다. 인물 편은 단군왕검에서 출발하는데, 고구려는 없고, 신라는 선덕여왕, 백제는 의자왕을 택하였다. 고려에서는 왕건과 공민왕이며, 조선 시대는 세종에 두 편을 배정한 것 외에 장희빈과 숙종이 전부다. 일제강점기에서는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선덕여왕이 내부적으로 왕권을 강화하면서 민생을 안정시키고, 삼국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나라와 외교 관계를 잘 유지했기에 통일이 가능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P.34-35)
다만 선덕여왕에 대한 위와 같은 호의적 평가는 동의하기 어렵다. 두 명의 여왕이 잇달아 왕위에 오르면서 왕권이 크게 약화하여 귀족들의 반란이 잇달았으며, 백제의 공격도 한층 드세졌다. 후계자의 부재, 유력 경쟁자의 제거는 김춘추가 왕권을 계승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에피소드 선정의 주관성은 사건 편이 더하다. 몽골 침입, 위화도 회군 두 편, 임진왜란 두 편, 3.1운동, 6.25전쟁, 민주화 운동 두 편, 노동 운동. 현대사의 비중이 유독 큰 것을 알 수 있다.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 소개는 어쨌든 간과하기 쉬운 부문을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유익하였지만, 이 대목에서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으리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권리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항쟁했던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P.262)
위화도 회군에 대한 평가는 회고적 감상주의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점에서 최영 장군의 실책은 너무나 뼈아프다.
어쨌든 최영은 이성계가 회군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만한 그릇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아무 방비도 없이 이성계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P.154)
마지막 문화유산 편은 비교적 무난하다. 석굴암, 불상, 탑, 팔만대장경, 세시풍속, 김홍도, 신윤복, 민화, 특이하게 화폐 속 인물과 문화유산, 간도와 독도 이야기가 들어 있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비중이 크다는 게 언뜻 눈에 띈다.
김홍도가 배경을 포기한 이유는 풍속화 특유의 인물 중심 구조를 강조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P.363)
신윤복의 그림에서 표현상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색일 겁니다. 색채의 미학이라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색깔을 사용했어요. (P.377)
400면이 넘는 제법 분량이 있는 책이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잘 읽힌다. 이것이 솔직한 독서 소감이다. 이 책의 목적은 한국사 초심자가 한국사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단계 심화된 역사서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대성공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