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ghbour Rosicky kyung Moon Reading Classic 6
Willa Cather 지음, 박윤기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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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 캐더의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지만, 애매한 책이 한 권 눈에 들어왔다. 표제는 <Neighbour Rosicky>인데, 국내 도서로 분류되어 있고 옮긴이 이름도 있다. 영어독해 교재인 듯싶은데 관련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도서관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았더니 영어 원문과 번역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어쨌든 윌라 캐더의 미독서 작품이므로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친다.

 

원제에도 없는 좋은 이웃을 옮긴이는 굳이 덧붙여 적는다. 사실 이 문구에 짤막한 단편 내지 중편 소설의 핵심이 담겨 있다. 평범한 농부,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으며, 다섯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노인. 농장 일에 매진하느라 심장에 무리가 가서 의사한테 경고를 들은 체코 이민자 출신의 노인. 작가는 그를 좋은 이웃이라고 부른다. 어디 작가뿐인가, 의사 에드 벌레이는 그를 이렇게 추억한다.

 

그에게 로시츠키 영감의 삶은 완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였다. (P.120)

 

의사의 주의를 받았지만 장남 루돌프를 돕기 위해 무리하게 잡초 제거 작업을 강행하다 쓰러지고 얼마 후 죽음을 맞이하는 로시츠키 영감. 그는 루돌프와 폴리 부부가 농장에서 안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리를 하게 된다. 도시 출신인 며느리가 시골에 정을 붙이지 못하자 은근슬쩍 챙겨주고 마음을 다독이는 좋은 시아버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먹고살 만한 수준에서 자신과 주변에 따뜻하게 마음을 쓰는 영감. 돈벌이보다는 올바르고 너그럽게 사는 것을 중시하는 노인네.

 

며느리의 요청으로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 빈곤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런던의 비참한 삶, 뉴욕의 물질적으로 여유롭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한 삶. 그가 멀리 서부 평원으로 이주한 이유가 비로소 밝혀진다.

 

대도시는 건축물을 지으면서 사람들을 대지로부터 격리시키고, 사방을 시멘트로 처발라 땅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시키고 있군. (P.92)

 

도시는 죽은 자들이 사는 곳이었고, 망각된 자들이 사는 곳이었고, “버려진 자들이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사방이 열려져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고, (P.119)

 

여러 사람이 로시츠키 영감과 작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시골은 시골 나름대로 장단점을 지닌다고. 하지만 적어도 작가와 영감은 그렇게 받아들인다. 대지에 뿌리내리는 삶이 가장 건강하고 튼튼한 삶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로시츠키 영감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농장 옆 무덤에서 가족과 이웃의 삶을 함께 호흡하고 먼저 떠난 낯익은 친구들과 땅속에서 편안한 사후를 누릴 것을 기대한다.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은근하며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을 읽으면 괜스레 마음이 느긋해지고 기분이 흐뭇해진다. 작가는 굳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담담하게 로시츠키 영감의 일상을 묘사하고 그의 생각을 기술하면 그 자체로 충분할 뿐이다. 그럼에도 독자는 웅변과 화려한 수사를 능가하는 기쁨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게 좋은 이웃, 로시츠키 영감 덕분이다. 그리고 그의 세상과 삶을 사랑하는 방식 덕분이기도 하다. 며느리 폴리가 시아버지를 향한 호칭이 어르신에서 아버님으로 바뀐다든지, 의사 에드가 영감의 심장 이상을 진단하고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힌다든지 하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로시츠키 영감의 사람을 사랑하는 특별한 재능, 이를테면 음악이나 색상에 대한 감식력과 같은 타고난 능력이리라. 시아버지의 사랑은 은근한 것이지, 유별나게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었다. (P.116)

 

원문이 약 70, 번역문이 약 50면을 차지한다. 잠시 원문을 읽어봤는데, 영어독해를 위한 각주와 설명이 상세하게 달려 있다. 확실히 번역문과는 다른 뉘앙스를 보이는데, 작가는 로시츠키 영감이 원어민이 아님과, 대초원 시골 지역임을 어투와 어휘에서 잘 나타낸다. 문장 자체도 아주 어려운 편이 아니라서 학습 목적으로 접근해도 나쁘지 않다. 서두의 작가 소개와 로시츠키 영감의 공감적 사랑이라는 제목의 작품 해설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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