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계몽편
전통문화연구회 편집부 지음 / 전통문화연구회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사자소학> 이후 꺼내든 책이 <추구·계몽편>이다. 이 역시 옛적부터 한자 초심자들을 위한 학습 입문서에 해당한다.

 

<추구(推句)>는 오언으로 된 좋은 대구를 시에서 뽑아 수록한 것이다. 시의 문장 형식에 친숙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과, 아름다운 시구를 익히도록 함으로써 정서교육도 함께 하려는 의도를 지녔다고 하겠다. 본문 분량은 길지 않다. 이 책에서는 15면에 걸쳐 담고 있는데, 본문 위에 음과 훈을 달고, 아래에 뜻풀이를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쭉 기계적으로 시구를 나열하고 있다.

 

솔직히 아주 어려운 한자도 별로 없고 문장 구조도 비교적 쉬운 편이기에 읽고 해석하는데 무난하다. 물론 이 대구를 줄줄 외워야 한다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 어떤 시에 발췌했을 텐데, 원전이 어느 것이며 이 시구를 원전에서 어디 부분에 해당하여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좀 더 상세한 해설이 있었다면 단순한 한자 학습서의 한계를 넘어서 본격 한문 고전 입문서의 역할도 겸했을 텐데 하는 점이다.

 

추구독본이라고 해서 책 맨 뒤편부터 거꾸로 해서 추구 원문에 토를 달아놓은 걸 부록으로 싣고 있는데, 솔직히 실용성은 약하다.

 

<계몽편(啓蒙篇)> 역시 한자 학습서이지만, 한자와 함께 문장, 특히 산문 문장의 구조와 해석을 학습시키기에 유용한 책이다. 구성은 서문 격의 수편(首篇)에 이어 하늘, , 사물, 사람에 대한 편을 나누어 기술한다.

 

천편(天篇)에서는 천문과 시간, 간지, 열두 달과, 계절 및 기후를 소개하며, 지편(地篇)은 산과 강, 바다, 기상현상, 오행의 이치를 안내한다. 이를 통해 선인들이 우주관과 세계관, 자연관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상식이거나 불합리한 개념조차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사적인 열쇠에 해당하였다. 물편(物篇)은 동물과 식물을 하나하나 일러주는데, 신령한 동물, 곡식과 과일의 분별, 고인들이 사랑하였던 꽃의 종류, 장단과 경중을 재는 척도, 구구단 등의 개념을 알려주고 있어 당시에 한자와 함께 세상사의 기본 상식을 깨우치는 성과도 기대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인편(人篇)은 이른바 오륜의 개념과 타당한 이치의 상세 설명에 이어 수신과 자기계발을 위한 당부로 끝맺고 있다.

 

이처럼 <계몽편>의 내용은 대단히 실용적이다. 문장도 쉽고 한자도 평이하여 문장의 뜻을 헤아리는데 전혀 어렵다고 할 수 없다. 여러 경전에서 발췌하였음을 대강 유추할 수 있고 문장해석은 원문 아래에, 한자 풀이는 주석으로 처리하고 있어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한자 급수시험을 위한 단순 한자 학습서만 범람하는 시국에, 그나마 체계적인 한자, 한문 수업을 위한 교재라는 점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 책의 의의를 낮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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