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민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모 고등학교의 추천도서 목록을 살펴보는데, 표제에 특수기호가 들어간 책명이 보이길래 이게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이른바 비속어가 들어있어서 나름 중화시킨다고 특수기호로 가린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권장도서인데 책명을 가리다니. 대담한 제목은 작가의 당당한 선택이다. 여기서 썅년은 남성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주의를 외치는 작가를 포함한 여성들을 지칭하는 남성들의 욕설인 동시에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이 책은 웹툰 에세이다. 웹툰과 글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아무래도 독자의 눈에 확 들어오기는 만화다. 작가는 본인이 겪거나 생각한 일상생활 속 성차별의 사례를 재밌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그림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글로써 미진한 부분을 설파하는데 글은 그림의 보완과 확장인 동시에 한층 강력한 주장을 펼친다. 개인적으로 만화만으로 구성하였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여성주의 글은 이미 충분히 많기에.

 

이 책만의 특징은 무엇보다 웹툰 형식을 도입하여 흥미를 끌었으며, 표현 방식과 수위가 매우 직설적이라는 점이다. 작가의 주장에 공감하는 많은 여성들은 사이다를 들이켰을 때의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시원하게 볼일을 보았을 때의 상쾌한 배설 쾌감과도 비슷하다. 그만큼 작가는 여기서 은유적이고 우회적이며 점잖고 온화한 표현을 벗어던지고 주변 눈치 보지 않은 상태에서 썅년이란 소리를 들을 각오로 통렬하게 남성주의 문화를 비난한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알게 모르게 젖어있는 남녀 차별과 남성 우월의 관념은 계속해서 지적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다만 우려는 작가의 판단기준과 수위가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이고 과격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작가의 말대로 나쁜 남성은 열 명 중 두 명, 착한 남성은 한 명이며, 나머지 전부는 기회주의자라고 간주한다면, 대다수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다. 작가의 주변 남성, 즉 아빠와 남자 형제, 또는 남사친과 남자 지인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공격적이며, 과도한 부풀리기 인식이 아니겠는가. 작가는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에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잠재적 적군으로 간주한다. 적당한 공감은 거부한다. 굳이 우군은 필요없다고 선포한다.

 

기존 사회체제에서 남성은 가해자, 승리자, 지배자로, 여성은 피해자, 패배자, 피지배자로 단순하게 나눠 보는 관점은 적절하지 않다. 남녀 모두가 사실은 피해자다. 과거에는 그것이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문제로 대두되었다. 모두가 합심하여 개선 또는 철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사안이지 아군과 적군으로 양분해 갈라치기 한다면 갈등과 반발을 초래하여 문제해결에 역행할 뿐이다.

 

여성주의 이슈는 항상 조심스럽다. 저마다의 생각과 기준은 동일할 수 없고 다양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이원론밖에 없다. 옳고 그름, 찬성과 반대, 선과 악. 오늘날 성차별과 남성주의 문화가 당연하다고 믿는 남성은 극소수다. 대다수는 남녀평등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인정한다. 개선하는 속도와 범위에서는 이견이 생길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대목이 바로 이런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작가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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