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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가족 ㅣ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28
아그네스 서퍼 지음, 이영호 옮김 / 지경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는 <페플링가> 또는 <페플링 씨 가족>으로 1906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명작 아동문학으로 소개하고 있어 궁금한 김에 읽어본다. 페플링 씨는 가난한 음악 교사다. 그에게는 일곱 명의 자녀가 있는데 부부는 자녀들은 사랑과 우애가 넘치는 훌륭한 가족으로 키워낸다는 줄거리다.
우선 페를링 씨 부부가 재력으로는 부족하지만 인성으로는 등장인물 중에서 독보적으로 돋보이는 모범적 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려고 애쓰며 어려운 처지에서도 솔직함으로 정도를 걸으며, 자녀 훈육에서도 애정과 함께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애정 일면에 치우친 요즘 양육관과는 결을 달리한다.
일곱 명의 아이들 모두 부모를 닮아서인지 착하고 성실하다. 제각각 개성은 지니고 있지만 결코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오토는 친구들의 비웃음을 살까 봐 전나무 운반을 동생에게 맡겨버리는 행동으로 페플링 씨에게서 비겁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가 진짜 비겁한 아이라면 비뚤어진 길로 엇나가겠지만 오토는 그러하지 않다. 플리더도 바이올린에 빠져 규칙을 어기며 부모의 말도 따르지 않지만 결국 절제를 발휘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에게 러시아 장군의 음악 교습을 추천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루돌프 마이어의 제안을 거부하라고 조언하는 카를. 눈싸움하다가 실수로 맞힌 신사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며, 끝내 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의리를 지킨 빌헬름. 쌍둥이 마리안네와 귀여운 막내 엘제. 일곱 아이가 합심하여 빌헬름의 성적을 감추려다가 들킨 장면은 비록 올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그네들의 따뜻한 우애를 찾아볼 수 있다.
페플링 씨 아이들은 가난하지만 자연스러운 아이다움을 잃어버린 루돌프 마이어와 꼬마 음악가와 달리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것이 페플링 씨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노력하는 자녀교육의 지향점이다. 페플링 부인의 오빠가 어려운 여동생을 돕기 위해 아이 한 명을 데려가 키우려고 하였으나 이를 포기하는 것 또한 “평생 변함 없는 우애”를 지닌 데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일곱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서이다.
거의 모든 아동문학처럼 이 작품 역시 행복한 미래로 끝맺음한다. 페플링 씨는 신설되는 음악 학교의 교장 통지를 받는. 아빠의 명예와 함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며 귀가 어둡지만 성실한 가정부 발브르크도 급여 인상을 약속받는다. 너무 이상적이며 상투적이고 작위적이지 않으냐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장르 특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품에서 내세우는 교육방식과 가치관이 현대의 그것과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백여 년 전에 쓰인 가정 소설이라는 한계는 분명 외면할 수 없고 가부장적 권위 강조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인성과 사회윤리의 기본 개념은 변함없음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진부하거나 구태의연하다고 보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