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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제훈 지음 / &(앤드) / 2022년 9월
평점 :
대학입시는 국민 모두 초미의 관심사다.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은 수험생 이동에 온갖 교통수단이 총동원되며, 고사 중에는 일체의 소음 유발 활동이 중단된다. 시험의 난이도와 문항 오류 관련 논란도 여전하며 작금은 킬러 문항 배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입시 자체는 어떠한가. 수시와 정시로 나눠진 데다 내신 위주 전형, 학생부종합 전형,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 등등의 유불리에 따른 수험생과 학부모의 민감도는 극도에 달한다. 대학별 평가에서도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 정성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 자기 자녀가 내신성적이 더 우수함에도 서류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학부모의 울분에 찬 항의 전화와 심지어는 국민신문고를 통한 투서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본인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게 이 세계다.
이 소설은 대학입시를 업무로 삼고 있는 대학 입학처의 실제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준다. 대개의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입학처는 블랙박스 같은 존재다. 원서접수를 받고 합격자발표를 하기까지 내부에서 뭔가가 이루어지지만 내용을 알 수 없고, 사람이 하는지 기계가 하는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조직이랄까.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입학처도 인간미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에 반응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직위 체계와 친소, 시기와 질투 관계가 엄연히 존재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직과 승진 등을 둘러싼 암투도 들여다볼 수 있다.
대학입시를 겪어보지 않거나 최근의 입시에 무심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학입시가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하며 경우의 수도 많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신입생과 재외국민은 물론 여기서 다루지 않지만 편입학까지.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바람과 노력은 동일하지만, 수험생 역시 가장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므로 선발한 합격자가 그대로 등록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소위 대학 서열에 따라 연쇄적으로 합격자 이동이 일어나고 추가합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니 어떤 수험생은 수시 6장의 카드에 모두 통과하여 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반면 다른 수험생은 6장의 카드에 전부 실패하고 추가합격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절망과 희망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 작품은 소설일까 다큐일까. 한때 동종 업계에서 일한 경험으로 판단컨대 작중에서 언급된 대학입시의 내용은 모두가 사실이다. 작가는 한덕수 입학처장을 다소 극단적으로 희화하였을 뿐 대다수 입학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들과 학부모, 교사의 관계 모두가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다큐의 무미건조함을 피하기 위해 입학처 사람들의 개인적 생각과 삶을 좀 더 투영하여 사람 냄새 나는 방향으로 작가는 덧붙였다고 본다.
입학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니까 그들 자녀의 대입 교육은 남들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거대한 대하의 흐름에서 홀로 버티기 쉽지 않을뿐더러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는 일개인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닐뿐더러 제도, 인식,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꼬인 문제라고 할 때 그네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난할 수 없다.
“너 완전 양아치다. Q대가 좋다고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니면서 네 딸은 못 보내겠다? 다른 사람 자녀 인생은 망쳐도 네 딸 인생은 망칠 수 없다 이거냐?”
“어, 못 보내. 죽어도 못 보내.” (P.117)
경지혜 책임사정관과 장대현 차장이 나누는 대화는 솔직하기에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상은 저 멀리 있지만, 자식의 미래라는 현실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김지민 과장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소수만 고려하였겠지만, 이 세계를 잘 알고 있는 학부모라면 충분히 고민했을 수도 있는 건이다. 3년 특례 또는 12년 특례를 잘만 활용하면 훨씬 더 쉽게 명문대학에 입학시킬 기회가 생기는데 어떤 부모라도 배척하겠는가. 기회균형 특별전형 또는 사회통합전형 중 농어촌전형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모호한 수도권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이사 가면 훨씬 유리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알만한 학부모들은 일찌감치 선제적으로 행동한다.
김지민도 그런 자신이 싫었다. 비교하면 끝이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애들이 자랄수록 욕심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극성인 엄마 밑에서 자란 김지민은 절대 그런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마음을 비우고 자식을 키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P.162)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부모의 책임감은 무한하다. 홍지원 입학사정관을 괴롭히는 열성 의대 엄마를 허구적이라고, 있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요즘 같은 의대 열풍이 부는 시절이라면 한층 더하다. 초등학생 대상 의대입시반이 개설되는 게 현실 아닌가.
한덕수 처장의 말대로 입시는 전쟁이다. 상위권 대학은 우수 학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입결 하락을 막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자기 학교는 대학서 열을 추월당하지 않으면서 경쟁대학을 뛰어넘길 바란다. 중하위권 대학으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다. 그들은 어떻게든 충원하려고 미달을 막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학생의 우수성은 다른 나라 얘기다, 무조건 뽑아서 등록시키는 게 지상과제다. Q대학교 입학처는 한덕수 처장과 오현종 팀장이 떠나면서 새로운 도전에 놓였다. 새 처장과 팀장이 누가 될지 알 수 없으나 Q대학교 입학처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대입을 둘러싼 법적, 제도적, 행·재정적, 사회적 규제가 너무나 강력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Q대학교 입학처 사람들은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똑같이 정신없이 압박감을 받으면서 피로에 지친 채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렇지 못한 대학의 입학처보다는 낫다고 위안 삼은 채.
안수현과 이원석의 행복을 바란다. 그들은 생활인으로서 쳇바퀴 탈출을 선택했다. 오현종 팀장과 한덕수 처장이 평안한기를 바란다. 그들은 방식을 다를지언정 입학업무와 학교를 향한 사랑은 동일하다. 그리고 장대현 차장과 경지혜 책임사정관 이하 Q대학교 입학처 사람들이 성공하길 바란다. 부서든 개인이든, 입학업무를 어떻게 바라보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작품 속 내용이 매우 사실적인 건 그래서이다. 다만 2020년에 취재한 내용이므로 매년 조금씩 변해가는 입시 상황에는 세부적으로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장 작중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자기소개서는 더 이상 제출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