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선전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유향 지음, 김장환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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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한나라에 이르는 시기의 신선 70명의 사적을 기록한 열전이다.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신선 설화집이자 신선 전기집”(P.181)이라고 하는데, 후대 신선 관련 저작의 원전에 해당한다. 해설에 따르면 저자는 전한의 유향이라는 설과 후대인의 위작이라는 설로 대립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유향은 이 책 외에도 <전국책>, <열녀전>, <설원>, <신서> 등을 남긴 유명한 저술가이므로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다.

 

책의 구성을 보면, 70명의 전기는 각 몇 줄에서 한 면을 넘기지 않는 간략한 내용이다. 48구로 된 찬사가 매 편 덧붙여 있으며, 맨 뒤에는 총찬(總讚)’이라고 해서 저자 후기를 남기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의도와 신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밝히고 있어 흥미롭다. 오늘날 우리는 신선(神仙) 또는 선인(仙人)은 옛사람들의 상상력이 빚어낸 가공의 신적인 존재 정도로 치부한다. 저자는 신선의 존재 자체를 긍정한다. 다만 그가 이 책에 기록한 인물 모두를 진짜 신선으로 여겼는지는 알 수 없다.

 

나무에는 [......] 180여 종이나 있으며, 풀에는 [......] 장생불사하는 것이 1만여 종이나 있는데, 한겨울에 서리와 눈을 맞고도 시들지 않고 울창하다. 이러한 부류를 본다면 어찌 신선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겠는가? (P.178)

 

70명의 신선은 신농씨, 황제 등과 동시대를 살았던 적송자, 영봉자에서 시작하여 목우, 현속처럼 전한 시대의 선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역사상의 실존 인물은 6(노자, 여상, 개자추, 범려, 동방삭, 구익부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실존 인물의 행적이 사서의 기술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채롭다. 예컨대 개자추는 역사에는 산에서 불에 타서 죽는 결말로 나오지만, 여기서는 신선이 되는 결말로 미화하고 있다.

 

신선의 성별은 대다수가 남자이지만, 구익부인을 포함하여 강비이녀, 창용, 모녀, 여환처럼 여자 신선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 중에서는 여환(女丸)의 사례가 주목할 만한데, 주막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방중술의 요체를 알게 된 후 여러 젊은이와 교접하여 선인이 되었다고 한다. 신선이 되는 데는 도덕성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나 보다. 방중술로 선인이 된 사례는 용성공(容成公)도 해당한다. 이처럼 신선이 되는 데 있어 성별은 물론이고, 신분상에서도 위로는 왕족에서 아래로는 서민과 거지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귀천의 제약이 없는 점에서는 비교적 평등하다고 할만하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선인을 꼽아보면, 악전(偓佺)은 장생의 소나무 열매를 요임금에게 보내주었는데, 요임금이 너무나 바빠 복용하지 못하여 장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은나라 탕왕이 하나라 걸왕을 토벌할 때 소극적 반대를 한 무광(務光)은 훗날 백이 숙제를 연상시킨다. 육통(陸通)은 접여(接輿)와 동일인인데, <논어>에서 공자에게 봉황의 덕이 쇠퇴했다고 말한 인물이다. 계부(桂父)는 저 멀리 베트남 남부 지역 출신이며, 하구중(瑕丘仲)나중에 부여(夫餘) 호왕(胡王)의 역사(驛使)가 되어 다시 영 땅에 왔다”(P.80)라고 하여 우리 역사와 관련성을 지닌다. 안기선생(安期先生)은 진시황에게 불로장생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퉁소로 봉황 소리를 낸 후 봉황과 함께 날아가 버린 소사(簫史)와 농옥(弄玉)의 고사는 아름답고 애틋하다. 한편 자주(子主) 편을 보면 다른 신선의 하인이었다고 하니 신선 세상도 신분 제도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실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심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기술된 내용을 읽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옛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상념을 살짝 들여다보는 흥미로움을 느끼게 된다. 신선이 되는 방법에 따라 세 가지 등급이 있다는 점, 즉 천선(天仙), 지선(地仙), 시해선(尸解仙)에 대한 설명(P.67)이 그러하다. 신선은 대개 불로장생하는 존재이지만, 신과 같이 영생하는 유형도 있는 반면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장생하는 유형도 있어 방법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을 초월한 존재가 신이라고 할 때, 여러 선인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죽임을 당한다. 나중에 부활하지만, 어쨌든 이런 점에서 신선은 신과 인간의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선 사상은 도교에 기원하고 있는데, 황제와 노자를 자신들의 원류라고 믿기에 황로(黃老) 사상이라고도 한다. 이 책의 70명 중에 황제와 노자가 들어있음은 당연한 까닭이다. 불로장생의 선약(仙藥)을 구하기 위해 삼신산으로 많은 사람을 보냈던 진시황과, 못지않게 신선을 찾아 헤맸던 한무제를 보면 인간의 숙명을 향한 두려움과 이를 회피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볼 수 있다. 최고의 권력자뿐만 아니라 보잘것없는 처지의 사람들도 수명, 지위, 신분, 빈부를 초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너무나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간의 내재적 약점에서 비롯하거니와 믿고 꿈꾸는 동안 현실의 가혹함을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중국 민간신앙에서 도교와 신선이 인기를 끈 점이 이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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