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 그리고 소설
이인택 지음 / 울산대학교출판부(UUP)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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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화와 전설을 다룬 책을 읽고, 중국 신화에 관한 MOOC 강의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강의자가 집필했던 이 책에 관심이 쏠렸다. 신화의 시각에서 중국소설을 조망한다니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적어도 내게는 무척 유용하면서도 흥미진진하였다고 하면 충분하리라.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3부가 핵심적 내용이다. 우선 제1부는 중국 신화에 대한 개론적 소개다. 2부는 간략한 중국 소설사에 해당한다. 4부는 중국 소수민족 신화를 다룬다.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고 하기 어렵고, 중국 신화와 소설의 관계를 다룬 글을 중심으로 관련 글들을 모아놓았기에 각 편을 독립적으로 읽어도 나쁘지 않다. 중국 신화에 문외한인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중국 신화와 중국소설의 이해라는 일거양득을 거둘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겠다.

 

1부 중국 신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신화 개론이다. 여기서 저자는 신화의 정의와 특질에서 출발한다. 이어서 신화에 대한 이해와 고전문학의 깊은 상관성을 강조한다. 중국 신화가 대중적인 그리스·로마 신화에 친숙한 독자의 눈에는 생소하고 이질적으로 비쳐지는 이유가 일관성 있는 신화 체계가 없다는 점도 언급한다. 확실히 중국 신화는 단편적으로 산재하기에 내용상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론에 이어서 대표적인 중국 신화와 고사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천지와 인류 기원, 자연계, 영웅, 전쟁과 갈등, 재생과 변형, 그리고 원국이인. 마지막으로 기타 유형과 같이 유형별로 나누어 중국 신화 고사를 전반적으로 훑고 있어 중국 신화에 대한 기초 소양이 부족한 독자라도 이후 전개되는 논의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부 중국소설도 역시 소설의 정의와 기원 등의 이론을 간단히 다루면서 출발한다. 이어서 개략적인 중국 소설사가 이어지는데, 육조의 지괴 고사, 당의 전기소설에서 근래 루쉰을 거쳐 현대 중국소설의 주요 작가에까지 죽 훑어나가고 있어 중국 고전소설이라면 4대기서 외에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중국소설의 문학적 전통과 유래가 매우 뿌리 깊음을 일깨워 주고 있는 동시에 제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중국소설과 신화의 내용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 한편 견우직녀 고사와 서왕모 고사의 문학적 변천을 별도의 장에서 다루고 있어 이채롭다.

 

3부 중국소설의 신화 운용 편은 핵심적 내용답게 분량 면에서도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중국신화와 소설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그 연원이 길며, 신화 자체의 내용과 모습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소설은 시종 자신의 특성을 지닌 채 신화를 운용해왔다. 소설가들은 신화를 소설의 소재로 하여 기교운용상의 도구로 삼거나 비유를 위해 쓰기도 하고, 때로는 신화 전체를 빌려 소설의 구성에 활용하기도 한다. 소설이 신화의 영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63)

 

이 편의 모두에서 저자가 선언 조로 주장한 의견이다. 저자의 이러한 의견을 염두에 두면서 이후 다루어지는 내용을 살펴보면 저작의 성격과 의의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시기별로 선진, ..육조, , ., ., 현대 소설로 구분하고 있는데, 선진은 고사, ..육조는 신괴 소설, 당은 전기 소설, .원은 화본 소설, .청은 소설로 각기 시기별 소설의 특성을 핵심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명.청 시기로 접어들어 서유기, 홍루몽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생전 처음 듣는 작품명이 많이 나왔기에 저자의 친절한 풀이에도 불구하고 해당 소설이 신화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신화가 작품 속에서 운용되는 양태를 쉽사리 알아차리기는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후대보다는 육조 시기에 지인.지괴고사가 신화와 전설의 원형이랄까 변형 이전의 순수한 면모를 많이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당 시기의 전기 소설부터 소설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신기하고 기이한 고사를 소개하고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서 신화를 소재 또는 모티프로 삼아서 문학 창작이라는 적극적 행위에 반영하고 있다.

 

당 전기 소설 작가들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신화를 작품에 운용하여 창조적 문학을 만들어왔다. 어떤 때는 직접적으로 신화 소재를 빌어 운용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신화의 주제나 모티프를 반영하기도 한다. (P.224)

 

.원 시기에 이르러서는 신화 운용에서 변형이 발생하는데, 신화는 이제 종교적, 사상적 의의를 상실하고 오락적 목적의 도구로 전락한다. 신화의 드높은 지위가 바닥으로 추락한 셈이지만, 사회의 발전 차원에서 보면 이성의 확장을 뜻하므로 불가피한 셈이다.

 

, 청 시기에서 여러 작품을 소개하지만 <서유기>, <홍루몽>, <요재지이>를 특히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신화와의 깊은 연관성을 알 수 있게 한다. 서유기와 요재지이는 그렇다 하겠지만 홍루몽에서 신화적 요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니 다시 한번 읽을 기회가 있다면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현대 소설의 신화 운용 편은 전적으로 루쉰의 <고사신편>을 분석하고 있다. 오래전에 읽어서 어렴풋한 기억밖에 없지만 새삼 저자의 충실한 풀이와 해석을 보자니 흥미롭게 되새겨 볼 수 있다.

 

4부 중국 소수민족 신화에서는 타이완 원주민, 납서족[나시족], 묘족[먀오족]의 신화를 소개하고 있어 신화 애호가라면 흥미롭겠지만, 이 책의 전반적 기조, 즉 소설의 신화 운용이라는 주제로 볼 때 다소 곁가지라고 보는 게 마땅하다.

 

중국 소설사를 훑어볼 때 제법 많은 신화와 전설의 영향과 반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양 고전문학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르면 깊은 함의를 이해 못 하는 것처럼 중국 고전문학에서도 시는 물론이고 소설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신화의 신비성과 환상성, 신화 속 영웅의 강렬하고 숭고한 의지와 삶의 분투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심금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데 연유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현대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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