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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고요? - 신종 감염병 시대, 비인간 동물과의 공존 이야기, 2021년 11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2년 (사)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곰곰문고 5
이항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5월
평점 :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팬데믹을 경험하고, 중국 우한지역의 박쥐에게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옮겨왔다는 게 점차 정설이 되어가는 현재. 인수 공통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동물과 인간의 건강이 별개가 아닌 하나라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의 접근이다.
자연보호, 환경 보전, 생태계 유지 등으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인식은 정복과 개발의 대상에서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둔 보전과 개발의 조화로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큰 틀에서는 여전히 미흡하지만 조금씩이나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동물에 대한 우리네 인식은 과거에 여전히 묶여 있다. 즉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다.
일부 반려동물을 제외하면 대다수 동물은 일상 환경에서 사라진 상태이며 자연 속에 사는 동물들의 서식지도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어 조만간 멸종이 임박한 동물도 많다. 어디 그뿐이랴, 육식에 대한 선호로 식육 동물의 사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돌림병으로 떼죽음을 겪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실험동물과 동물원의 동물에도 저자들은 주의를 환기한다. 인간의 안녕과 편의를 위하여 숱한 동물이 죽어 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불편하고 단순한 일상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는 결코 즐겁거나 재미있는 변화가 아닐 것입니다. (P.35)
이 모든 사실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예도 있지만, 대체로 관심 밖에 있던 사항이므로 각성과 자기반성을 하게끔 한다. 벤담의 의견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인정된다면,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물의 생명을 끊거나 고통을 줄 만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하는데,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부정적이다.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천연가죽 옷이나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실험동물은 어찌할 것인가. 저자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인류는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크게 줄여 나가기라도 할 수 있을까요? 인류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과연 그럴 준비가 되었을까요? (P.41)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면 현실적, 실용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소위 동물 복지에 힘을 쏟는 것이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최대한 보전하도록 노력하며, 식용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운동에 동참하며, 동물실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최대한 인도적으로 처우하는 등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애완용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지니고 돌봐야 할 것이다.
여러 유형의 동물 복지를 주장하지만 저자들의 의견은 결국 하나로 합일한다. 동물을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야생동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터전을 유지하고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동물도 건강하고 인간도 건강해질 것이라는 점,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사는 동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노력하는 게 결국 인간 자신의 복지와도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이다.
사람과 동물을 가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두루 걱정할수록, 주어진 상황과 문제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갈수록 모두의 삶의 질이 나아질 거예요.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가 하나’라는 의미로 원 웰페어라는 말이 주목받는 까닭입니다. (P.114)
실험동물과 동물원 동물의 현황은 당혹스럽다. 그렇게나 많은 동물이 각종 연구 개발의 목적으로 생명을 잃는다니 게다가 그들의 거주 환경의 열악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그나마 동물실험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정립되기 시작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동물원이 결코 동물을 위한 시설이 아님은 조금만 생각해도 분명한데 우리는 외면해 왔다. 아무나 동물을 사서 동물원을 차려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 놀랍다. 우리네는 동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는데 그토록 무관심했고 윤리적 기반마저 이토록 허술했다니,
저는 대다수의 동물원을 생추어리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은 동물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보호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물원의 기능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차순위로 하더라도 동물원이 생추어리로 바뀌면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될 수 있습니다. (P.157)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은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동물에 대한 사랑과 보호 의식이 명확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은 물론 찬성조차도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요즘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반려동물의 에티켓, 길고양이에 대한 먹이 주기는 격론이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동물 보호와 복지는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지만, 기준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종으로서 동물의 안녕과 생존은 말할 나위도 없고, 궁극적으로 우리네 자신의 건강한 삶과 생존 자체를 위해서도 동물 복지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도 결국 동물의 일원이므로. 곳곳에서 부르짖는 저자들의 외침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인간과 똑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게 독을 시험하고, 새로운 외과술을 시험하고, 백신을 시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일까요? 이렇게 많은 동물이 인간을 위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 괜찮은 것일까요? (P.135)
인간을 물리적으로 동물원에 전시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겠지만, 인간은 가두면 안 되고 동물은 가둬도 된다는 명쾌한 윤리적 근거를 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