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 우리, 100년 뒤에도 만날 수 있을까요? 과학 쫌 아는 십대 3
최원형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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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과 생태의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각성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책이다. 환경과 생태에 사람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단 경제적 궁핍 수준을 벗어나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과거에 비해선 진일보한 게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아직 멀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예전과 비교할 때 환경과 생태 문제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개선과 극복이 한층 어려워졌음도 알게 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 책에서 예시한 컵라면, 바나나, 아보카도 , 입는 것- 이 책에서 다루는 패스트 패션, 롱패딩 -, 그리고 플라스틱, 전자제품, 화학물질 등처럼 일상생활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환경과 생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나아가 인류의 복지와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우려를 누구 하나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덮어버리기가 곤란한데, 인간의 욕망, 기업의 속성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 체제의 근본적 특성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다. 모두가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원한다. 맛있고 진귀한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바람은 식도락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패션모델만이 자신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포장하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다. 좀 더 편리하며, 아름답고 돋보이고 싶어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해, 때로는 욕망 발현을 부추기기 위해 기업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광고하며 유혹한다.

 

글쓴이는 즐거운 불편을 감수하자고 하는데, 누구라도 불편을 일부러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취미 영역이라면 몰라도 일상생활 영역은 오직 빠르고 편리한 게 최고의 미덕이다. 환경과 생태 보전을 위해 컵라면을 먹지 말고,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말자고 하기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패션에 진심인 사람들한테 한가지 옷을 오래 입고, 화장품도 가급적 줄이자고 하면 지지받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절약이 아닌 소비를 권장하는 체제이며, 일정 정도 과소비를 전제로 경제가 돌아가는 게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필요를 끊임없이 만들어 주고 있어. 어딜 가든 우리의 시선을 집요하게 끌어당기는 광고는 소비를 부추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새로운 물건을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노출해서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낡고 진부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야. (P.109)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환경과 생태에 신경 쓰도록 기대하는 건 어렵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으며, 최대의 이익 추구를 위해 최소의 비용만을 투입하기 위해 애쓴다. 농작물 플랜테이션과 식품 회사, 플라스틱 제품과 전자제품 회사, 의류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도록 외부의 감시와 지도가 필요하며, 자발적으로 환경과 생태에 신경을 써야만 하도록 유인하는 정책과 제도가 요구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에 화학물질이 있는데, 그럼 어쩌라는 거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구나. “이게 대안이야하고 내놓을 방법은 사실 없어. 집에서 먹거리를 싸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무턱대고 화장을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지. 다만 좀 줄여 보자는 거야. (P.151-152)

 

이처럼 이 책에서 제시된 여러 문제점은 개인 차원에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지금 당장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사안에 계속된 관심과 주의를 쏟는 것은 의미가 있다. 수많은 개인의 관심과 목소리가 결집하면 기업도, 정치권도 결국에는 이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환경오염과 생태 보전이 현저히 개선된 것은 기업과 정부의 선제적 자발적 조치가 아니라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과정이 반복된 결과이다.

 

이런 까닭으로 글쓴이와 출판사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기획한 것이다. 기성세대가 아니라 앞으로 이 사회와 국가의 주역이 될 그들을 향해서 문제점을 알아달라고, 조금이나마 고쳐보려고 노력해달라고 말이다. 2의 그레타 툰베리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읽는 사람 중 누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제 어른에게 더는 기대하지 말고 미래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어. “나 혼자 이런다고 뭐가 되겠어?”가 아니라 나라도 해 볼까?”하는 생각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툰베리가 보여줬듯이 말이야!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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