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김태욱 지도 / 이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제에 유혹당해 책장을 펼친 독자라면, 특히 그가 나름대로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면 실망감을 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3편의 세계사의 미스터리한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백삼십여 면 정도의 분량에 채워 넣다 보니 각 사례는 평균 5페이지 남짓의 분량을 할당하는 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 책은 단지 사례를 소개하는데 의의를 지닐 뿐 심화된 내용을 독자에게 풀어주지 못한다.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보다는 살짝 스치는데 만족한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일본의 역사미스터리클럽인데 소개에 따르면 이 분야의 굉장한 전문가 집단으로 판단되는데, 구체적 정보는 미스터리 자체다. 소개 문구를 신뢰한다면 학회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하는데, 이 책의 성격상 그들의 진정한 솜씨를 확인하기 어렵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대륙별로 장을 나누어 미스터리 사례를 배정하고 있는데, 간혹 배정 기준이 모호할 때가 있다. 예컨대 노아의 방주와 카파도키아 사례는 유럽 편에 들어 있는 반면 솔로몬 신전과 시바의 여왕, 소돔과 고모라, 수메르인의 사례는 아프리카 편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미스터리는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연원이 오래되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신비한역사적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관련 자료의 부족으로 아직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미스터리로서의 역사적 사건이다. 후자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는 것과 유사한 믿거나 말거나 유형에 가깝다.

 

이 책에 두 가지 면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대중적으로 식상한 소재도 있지만 이런 미스터리 사례를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는 흥미로운 대목도 제법 있다. 나로서는 프리메이슨,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방, 적벽대전의 적벽, 타이타닉 호, 링컨 암살 사건, 메인 호 폭발 사건, 소돔과 고모라, 흑인 왕국 쿠시 등이 유달리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이 내세우는 특징은 바로 지도에 있다. 사례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자료는 물론 공들인 지도 자료를 추가하여 문자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사례를 보다 용이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면 시바의 여왕의 출처와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예멘과 에티오피아 지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방의 행방을 다루면서 독일과 소련 지도 위에 추정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이 책의 의도는 무엇일까? 역사상 미스터리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중 독자들이 미스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끔 하는 게 목적일까? 사례 소개로 개별적 사례에 더욱 깊은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미스터리 탐구에 동참하기를 기대하는 데 있는 걸까? 무엇이 되었던 의도의 성공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운데 대개의 독자는 아 그런 게 있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옥에 티는 만리장성 편에서 진한 대의 장성이 한반도에 걸쳐 있게 그린 지도에 있다. 감수자 없이 단순 번역과 지도 제작을 진행하다 보니 발생이 불가피한 오류라고 하겠다. 이 책에 진지한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