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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비, 광고가 과학이라고? - 창의력도 과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알고 있니?, 광고인 ㅣ 내가 꿈꾸는 사람 14
김병희 지음 / 탐 / 2015년 6월
평점 :
청소년 대상으로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직업별 대표적 위인의 직업 세계를 위인전 형태로 기획한 시리즈물 중 하나다. 오길비란 인물은 여기서 처음 듣는다. ‘광고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고 하는데, 해당 분야의 문외한이기에 이번 참에 관련 책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오길비는 광고인으로 정착하기까지 요리사, 세일즈맨, 갤럽 조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자칫 인생 낭비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오길비는 각 직업을 통해서 훗날 성공적인 광고인이자 경영자가 되는데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였다고 한다. 인생의 첫 출발부터 자신이 꿈꾸고 원하던 직업의 세계로 뛰어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현재 종사하는 직업 분야에서도 기초 역량을 배양하고 업무 수행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다고 하니 섣불리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길비는 자신의 직관이나 감이 아닌 철저한 자료와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과학적 분석을 한 다음에 광고 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P.65)
오길비가 동시대의 광고인들과 차별되는 점은 광고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다. 그의 광고는 철저히 판매 지향적이다. 지금이야 새삼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에는 광고와 판매의 결부가 그렇게 긴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광고 제품이 자체로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라면 제품 자체만 집중하면 되지만, 현대 사회의 대다수 상품과 서비스는 품질의 균일성으로 차별성을 보이기 어렵다. 이때 중요한 것이 해당 브랜드의 강조다. 특정 브랜드 애호가는 다른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 브랜드의 상품이면 충분하다.
오길비는 광고에 브랜드 스토리를 접목하였다. 비록 그의 경쟁자로 소개되는 번벅과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동일하다.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해서웨이 셔츠 광고, 슈웹스 음료 광고, 도브 비누 광고 및 롤스로이스 자동차 광고 등이 오길비의 대표적 광고 사례다.
오길비와 번벅은 제품 중심의 광고를 주장하면서도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이미지 광고’라는 광고의 새로운 문을 열었습니다. 친구이자 경쟁자로서 서로를 의식하며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P.173)
예술로서의 광고를 지향했던 번벅이 아닌 과학 지향적 오길비가 ‘광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자신의 신조를 저작물로 남겨 후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광고계 후배들은 오길비의 책을 통해 광고인의 역량, 태도 및 가치관 등을 확립할 수 있었고 그를 계승하는 동시에 도전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오길비의 삶을 되돌아볼 때 유년기 시절 교육의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몰락하였지만 어쨌든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교육 코스를 받은 기초 체력에 그의 남다른 자질이 결합하였고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져서 오늘날의 오길비가 되었다. 그가 남들과 달리 글쓰기에 소질과 관심을 보였던 것 또한 전혀 의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찍이 세일즈맨 시절 쓴 판매 팸플릿에 대한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그의 팸플릿을 역사상 최고의 판매 교과서이자 매뉴얼로 선정했어요.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하는 광고인의 싹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한 걸까요? (P.48)
또 하나 오길비는 광고인으로서 자부심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이다. 광고인은 대체로 광고주 앞에 을의 처지에 놓이게 마련이고, 대형 광고주라면 더욱 그러하기 쉽다. 오길비는 광고인의 독립성을 요구하였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 광고 수주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포드 자동차의 광고 수주에 참여를 포기한 사례가 이를 말해 준다.
오길비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광고인이었죠. 광고주가 광고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광고회사가 광고주를 선택하는 놀라운 관행을 만들어 나갔어요. 이런 용기와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아 오길비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최고의 광고인이 될 수 있었어요. (P.116)
한편 기획물의 속성상 오길비의 장점과 성공만을 강조하였지만 그의 가정생활을 미화해서는 곤란하다. 성공을 위해서 개인적 삶, 그리고 가정을 포기하는 태도는 당대 가치관으로는 특이한 게 아니지만 현재처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시대에서는 용납되기 어렵다. 그가 두 번이나 이혼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당연시하고 남들에게도 이것을 요구한다면 도덕적 비난에 앞서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마련이다. 과거의 위인들에 대해서는 항상 비판적 수용 태도를 지향해야 마땅하다.
본문 중간에 오길비 광고 전략의 핵심을 잘 요약하여 유용하며, 마지막 장은 별도로 광고라는 직업 세계에 대한 개략적 소개를 하고 있어 직업으로서 광고 분야에 관심을 품은 청소년에게는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