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공원의 동물 친구들 - 우리 곁의 야생 동물들 시튼의 동물 이야기 7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성은 옮김 / 궁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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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의 통상적인 작품 특징은 동물 주인공을 하나하나 개별적인 인격을 지닌 존재처럼 간주하여 화자가 보고 듣고 겪은 그들의 사례담을 생생하게 기술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시튼의 기존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책은 시튼 자신의 알고 지냈던 동물에 대한 일종의 소개서 내지 안내서에 가깝다. 그것도 북아메리카 전역이 아니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국한해서. 시튼 자신은 서문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의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1872,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설립되면서 야생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러면서 서서히 이 동물들도 우리를 향해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현재 북서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 보호구역에서만 야생 동물들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에덴동산 시절부터 사람을 향해 보였던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P.5)

 

이 책에 나타나는 동물의 수는 무척 많다. 코요테, 프레리도그에서 시작하여 여우, 수달 등의 털 짐승들과 사슴류, 다람쥐류, 곰 및 고양이과 동물 등 어지간한 포유류는 거의 섭렵하고 있다. 심지어 박쥐도 등장한다. 따라서 등장 동물은 충분한 호흡을 갖고 독자적인 개성을 보여 주기보다는 종의 일원으로서 화자에 의해 독자에게 소개된다. 일부 두드러진 일화조차 동물이 아닌 인간의 관점으로 접근한 경우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화자 자신이다.

 

국가에 의한 보호를 받고 있으니만치 순수 야생 동물과는 행동양식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을 두려워하고 적대시하지 않는 대신 무덤덤하거나 오히려 친밀한 관계를 맺는 예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은꼬리사슴의 유명한 높이 뛰는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사슴을 놀라게 하였지만 전혀 의외의 반응을 보인 사례가 전형적이다.

 

녀석이 놀라 도망쳤을까? 전혀 아니올시다. 녀석은 옐로스톤 보호구역에 사는 사슴이었다. 총이나 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평생을 안전하게 살아 온 것이다......전혀, 단 한 발자국도. 그래서 오늘날까지 내 아름다운 반려자는 검은꼬리사슴이 언덕을 향해 튀어올라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P.94)

 

화자와 동물 간의 숨 막히는 대결이 코믹하게 펼쳐지는 우는토끼 대목도 흥미진진하다. 뻘뻘 땀을 흘리고 용을 쓰며 토끼굴을 열심히 파헤치는 화자를 저 멀리 뒤쪽에서 여유롭게 바라보는 토끼의 대조적 장면이 눈앞에 선하다.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은 스컹크와 오소리에 대한 옹호도 이채로운데, 스컹크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징 동물로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나는 스컹크라면 가슴 깊이 감탄해 마지않는다. 사실, 이 동물이야말로 미국에 어울리는 상징이라고 나는 한때 주장했다......녀석이야말로 이상적인 시민이다. (P.141)

 

강인하고 튼튼하며 끈덕진 데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용감한 오소리”(P.161)도 높이 평가하며 존경을 표한다. 소년 해리와 친절한 오소리 이야기의 독자라면 화자의 의견에 십분 동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야생 동물의 외양과 소리 등에서 호감 대신 거리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이 녀석이 성질이 사나운 건 아닐지, 나를 당장 공격해서 물어뜯지나 않을까 등등. 야생 짐승 때문에 죽음의 위험에 빠졌던 사례를 들려달라는 집요한 기자의 질문에 퓨마가 아닌 미친 황소의 이야기를 태연히 들려주는 화자는 우리의 상식에 경종을 울린다.

 

미지의 존재는 일단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게 마련이고 소중한 가치를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적대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지만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튼은 이렇게 제안한다.

 

초원 위로 나지막이 솟은 흙무더기에 앉아 있는 힘세고 해로운 데 없으며 고결하기까지 한 저 야생 동물에게 이처럼 다정한 습성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깨달아서, 나와 마찬가지로 녀석을 사랑하고 또한 그 종족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P.180-181)

 

시튼이 사냥을 중단하게 된 일화가 실려 있는데 음미할 가치가 있다. 시튼이 말코손바닥사슴 암컷 소리를 흉내 내 수컷을 유인하여 아내의 사냥이 성공하였다. 이 경험이 일반인에게는 엄청난 영웅담과 자랑거리임이 틀림없지만 시튼에게는 불쾌감만 남긴다. 야생 동물 애호가인 자신이 떳떳지 못한 방식으로 그 아름다운 동물을 단지 재미 삼아 죽이는 데 일조했다는 자책감이리라.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난 듯했고 사냥 책과 이야기에 나왔던 올바른 규칙을 따라 정확하게 딱 떨어진 듯 보였지만, 아주 불쾌했다.

.......

그 이후로 나는 말코손바닥사슴을 결코 불러내지 않았고, 그때 사냥했던 라이플총을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선반에 걸어 놓았다. (P.120)

 

익숙한 코요테에서 비롯하여 불쌍한 조니 같은 흑곰까지 다양한 동물군과 함께, 얼핏 동일해 보는 유형도 다종다양한 종으로 나눠진다는 사실, 그럼으로써 우리네 야생 동물 인식이 얼마나 빈약한지도 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방문하여 여기에 소개된 동물들을 실물로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책갈피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하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조차도 자체로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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