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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탐정 - 법의인류학자 다이앤 프랜스 ㅣ 거침없이 도전한 여성 과학자 시리즈 7
로렌 진 호핑 지음, 한국여성과총 교육홍보출판위원회 옮김 / 해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법의인류학자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생소하다. 죽은 사람의 뼈를 해석하여 뼈 주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역할이다. 이때 죽은 사람은 오래전 유골일 수도 있고 직전에 사망한 사람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자연사한 사람보다는 사고사가 많을 테니 엉망이 된 시신의 살과 뼈를 분리하는 썩 내키지 않는 작업도 감수해야 한다. 일반인보다는 감정 면에서 매우 단단해야 하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다이앤 프랜스는 마음속에 상자를 두고 개인적 감정을 상자에 담아 보관한 후 나중에 열어보는 방식으로 마음을 다스린다고 밝힌다.
이 책은 ‘거침없이 도전한 여성 과학자’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다이앤 프랜스로부터 두 가지 두드러진 사항을 발견할 수 있는데, 먼저 보수적인 문화와 관습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전반부는 그녀의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가 가족 관계, 성장 환경 및 학창 시절을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의외로 1960년 미국 사회와 가정이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보수적이었음을 그녀의 부모로부터 알게 된다. 또 하나 여성의 한계라는 편견을 극복하고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는 점이다. 단지 지적 능력이 뛰어나서는 충분치 않다. 그것이 치열한 경쟁심과 호응해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고등학교 차석 졸업으로 이어진 그녀의 학업 노력이 이를 보여준다. 한편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성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혼보다는 독신이 유리할 수 있음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흥미로움은 후반부에서 나온다. 그녀의 직업적, 학자적 역량이 발휘되는 사례를 통해 우리는 법의인류학의 실제 면모를 알 수 있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확인하는 범죄 수사로부터 오래된 무덤에서 발굴된 뼈의 특징과 미세한 흔적을 통해 그 사람을 유추하는 인류학적 관찰에 이르기까지. 참혹하지만 긴급한 필요를 요구하는 대규모 사망 사건은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글렌우드 가스 폭발 사고,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그리고 2001년 9월 11일의 사건 등.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의 폭발이나 추락으로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흩어진 사체를 하나하나 수집해서 짝을 맞추는 과정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열대지방인 경우 사체가 금방 부패하는데 사체를 먹는 벌레들과 익숙해져야 한다니.
생존 인물을 다루고 있으므로 통상적 전기물과 같은 결말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사생활에 관한 언급도 필요한 최소한만 언급한다. 독자들이 궁금한 건 주인공의 개인사 자체보다 그네들이 처한 환경과 역경을 극복하고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과정일 것이므로. 다이앤 프랜스가 첫 남편과 헤어지게 된 상황은 그녀로서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자면 가정의 제약을 탈피해야 하므로. 그녀로서는 말 그대로 ‘삶을 바꾼 결정’이다. 주인공을 남성으로 바꾸어 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일을 계속 하려면 집에서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P.172)는 명제는 유효하다.
상당히 생소한 직업 분야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해하기에 애를 먹기에 십상이었을 텐데, 다행히 풍부한 사진 자료와 도판, 부가적 해설의 도움으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기획과 편집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