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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기아는 항상 인류 옆에 존재하였다. 우리는 기아에 친숙하다. 웬만한 기아는 이제 무감각하며 미디어에서도 관심 있게 다루지 않는다. 세계의 일부가 상시적 기아에 시달리는 현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게 마련이다. 기아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딱하지만 할 수 없지. 이것이 기아에 대한 대다수의 감정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세계 곳곳의 기아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는 기아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기아는 아프리카 등에 국한된 일부 지역적 사안이 아니라 인류 전체와 연관된 문제이다. 인류는 기아에 허덕일 필요가 없다.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기아를 감소하고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체제가 있다.
저자가 기술하는 기아의 참상에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던 기아의 실체는 너무나 처참함이 드러난다. 세계 도처의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 현장들. 당장이라도 뜻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합심하여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여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한편으로 기아의 원인이 매우 다층적임도 알게 된다. 농산물 다국적기업을 우선적 공적으로 지칭하지만, 기후변화 같은 환경적 요인, 산업 구조적 문제, 사회정치적 내부 요인 및 국제정치 역학도 뒤섞여 있다. 쾌도난마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쉽사리 강구하기 어렵다. 이념적 갈등도 헤쳐나가야 하니.
신자유주의와 워싱턴 합의는 세계화의 고도화에 따라 더욱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맹목적 시장과 효율화가 세상과 인류를 지배하게 방치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인권으로서 ‘식량권’을 주장한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곡물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주의를 철폐하자는 것이다. 비옥한 토지와 근면한 농민을 가진 세네갈이 수출용 작물에만 주력하냐고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사례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다국적기업과 금융자본의 막강한 힘과 서구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식량 자급 개혁의 여정에서 스러지고 마는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의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년 전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에 대해 맹렬한 반대의 목소리가 일어났던 일을 기억한다. 자국민의 안녕과 생존을 무릅쓰고 정권 유지와 군비 지출에 매진하는 정권에, 비록 인도적이지만 식량을 지원하는 게 타당한가. 그것이 결국 독재정권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군사적 위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명확하다.
국제적 기아의 실태가 심각하다는 점, 기아는 전 지구적 사안으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환경 등이 복잡한 어우러진 문제라는 점, 그럼에도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모두가 기아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점. 출발점은 식량권을 인권으로 인정하고 개별 국가들이 식량자족을 이룰 수 있도록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독자에게 요청하는 목적일 것이다.